그룹 샤이니 멤버 키는 ‘만능열쇠’로 통한다. 본업인 음악은 물론 연기와 예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서다. 음악성에 대한 관심은 덜했지만 키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나를 더 잘 알아봐 주신 분들이 다른 분야에 있다면, 그 분야에서의 활동으로 얻은 관심이 솔로 음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서울 능동로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솔로 데뷔 기념 공연에서다.
키는 이날 오후 6시 첫 번째 솔로 정규 음반 ‘페이스’(FACE)를 낸다. 공연장에서 만난 키는 “기분이 굉장히 새롭다”고 했다. 솔로 음반을 내기까지 10년이 걸렸지만, 지금이 적기인 것 같단다. 여유와 경력이 밸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그는 “(솔로음반을) 빨리 냈으면 조급함이 보였을 것 같다”며 “차분히 준비해서 음악을 들려드리고 무대를 보여드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타이틀곡 ‘센 척 안 해’(One of Those Nights)는 감성적인 기타 선율과 하우스 리듬이 어우러진 알엔비 장르의 노래다. 가사에는 이별 뒤 연약해진 자신의 모습을 긍정하는 과정을 그린다. 키는 “제목만 보면 댄스곡 같겠지만 슬픈 내용”이라며 “센 척 안 하겠고 말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센 척”이라고 설명했다.
음반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키는 알엔비 풍의 노래는 물론, EDM이나 록펑크에도 손을 뻗쳤다. ‘센 척 안 해’에 피처링한 가수 크러쉬 외에도 가수 소유와 래퍼 빈첸이 각각 수록곡 ‘포에버 유어스’(Forever Yours), ‘아이 윌 파이트’(I’ll Fight)에 목소리로 참여했다. 키는 “덕분에 다양한 색깔이 음반에 실렸다”며 뿌듯해 했다.
전자 음악과의 적극적인 교감이 특히 돋보인다. 스크릴렉스(Skrillex)를 포함해 발렌티노 칸(Valentiono Khan), 탁(TAK) 등 인기 DJ들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해 활기차고 강렬한 소리를 만들었다. 키는 “(음반의) 돌진하는 느낌이 키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키는 ‘아이 윌 파이트’, ‘이지 투 러브’(Easy To Love), ‘미워’(The Duty of Love), ‘디스 라이프’(This Life)의 가사도 직접 썼다.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왔지만 키는 여전히 자신을 증명해내고 싶다. 이번 음반을 준비하면서도, 성적보다는 ‘나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데에 중점을 뒀다. 자신의 취향을 무리하게 관철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키는 “좋은 노래, 편한 노래 위주로 선곡했다”며 “나를 모르는 분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싶단 마음이 더 컸다”고 했다.
키는 올해 바빴다. 샤이니 10주년 활동과 예능·영화 촬영을 병행했다. 틈틈이 솔로 음반도 준비했다. 키는 “다른 분야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그 관심이 내 음반으로도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샤이니로 보낸 10년도 그에겐 값지다. 샤이니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샤이니로 활동하며 후회를 해본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키는 다음달 26일 일본에서도 솔로 음반을 낸다. 이를 기념한 공연도 현지에서 열 계획이다. 그는 “가능하다면 내년에는 국내에서도 공연을 열고 싶다”며 “회사와 상의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회사에서 (공연 일정을) 발표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