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약을 섞어서 세 달치 이상 조제한 가루약이 환자 건강에 괜찮을까.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에서 이뤄지는 대용량 가루약 조제가 환자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회 환자관리포럼에서 안기종 서울시환자권리옴부즈만 위원(환자단체연합)은 “알약이 가루약으로 변경되면서 의약품이 변색·변질될 수 있고, 의약품의 흡수표면이 넓어지거나 코팅성분이 바뀌어 출혈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 위원은 “전문가들에 자문한 결과 가루약 조제의 문제점 중에서 가루약 조제에 따른 안정성과 안전성이 공통적으로 지적됐다”며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 등 전문가들도 공감했다. 특히 대형병원 앞 문전약국에서 3개월 이상, 길게는 1년까지도 한꺼번에 가루약이 조제되고 있는 실태가 문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이 서울시 소재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 약사를 대상으로 가루약 조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루약 조제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로 약사 10명 중 4명이 '가루약 성분들이 혼재해 약의 효능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예지 대한약국학회 약료위원장은 “대학병원에 환자가 몰리다보니 12개월 이상 가루약 처방이 나오곤 한다. 그런데 12개월 치 약을 갈아서 복용하게 했을 때 환자에게 독이 안 되고 약되는지 알 수 없다”며 “아무 근거없이 갈아서, 또는 쪼개서 약을 줘도 되는 것인지 우려하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모니터링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정책실 상무는 “제약회사에서 약 제형을 만들 때에는 환자의 흡수나 복용시간 등을 고려한다.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 무작위로 조제하는 가루약은 문제가 있다”고 동감의 뜻을 밝혔다.
엄 상무는 “다만, 제약사가 타블렛 제형의 약을 가루약으로 만드는 일은 단순히 갈아서 파는 것이 아니다. 제제학적 문제가 있는지 실험도 해야하고 임상도 다시 하는 등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프로세스를 밟아야 한다”며 “또 모든 약 처방의 경우 수를 합해서 가루약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 이 외에 가루약을 90일, 150일 이상 한 번에 조제하는 문제에서 야기되는 안전성문제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병철 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어떤 약이 가루약으로 많이 처방됐는지 등의 추이를 보고 분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