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선 KTX 사고 승객들, 한파 속에서 '50분' 기다려

강릉선 KTX 사고 승객들, 한파 속에서 '50분' 기다려

대체교통편 이용에 불편

기사승인 2018-12-08 15:30:22

올겨울 들어 최강한파가 몰아친 8일 아침 서울로 향하던 강릉선 KTX가 탈선하는 아찔한 사고가 벌어졌다. 다행히 구조가 필요한 다급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KTX 측의 안이한 대처로 인해 열차 승객과 부상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승객들은 자녀의 입시 문제, 취업과 회의 참석 등 중요한 일정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오전 7시 35분쯤 강릉역 출발 후 5분여 만에 강릉시 운산동 일대 강릉선 KTX 철도에서 발생했다. 승객 198명을 태운 서울행 KTX 806호 열차였다.

기관차 등 앞 2량은 ‘T’자 형태로 꺾였고, 선로가 파손됐으며 열차 10량 모두 선로를 이탈했다. 구조가 필요한 다급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14명이 타박상 등 상처를 입어 소방당국의 도움으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4호 차에 타고 있던 승객 이모(45) 씨는  “출발 6∼7분 후 충격 때문에 급제동하는 소리가 들린 뒤 '쿵쿵'하는 느낌이 3∼4차례 이어지고서 멈췄다”며 “타고 있던 열차가 왼쪽으로 살짝 기울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코레일은 승객 198명을 버스로 진부역까지 이동시킨 뒤 진부역에서 다른 KTX 열차로 갈아타도록 조치했다. 이 사고로 현재 서울역∼진부역 구간은 정상 운행 중이지만 진부역∼강릉역 운행이 중단된 상태이며, 복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강릉에서 출발하는 승객들은 불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사고의 경우 열차에 탑승한 승무원이 승객들을 열차에서 내리도록 안내하는 등 초동 대처는 제대로 한 것으로 보이지만 승객들의 불편을 막을 수는 없었다. 사고 열차에 탄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흔들리는 열차 속에서 부딪쳐 상처를 입거나 강추위 속에 야외에서 50분 이상 대체교통편을 기다리는 등 고충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열차 밖으로 나온 뒤 소방서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18명이 강릉역으로 되돌아왔다”며 “자녀 대학 입시문제로 서울로 가던 길이었는데, 강릉역의 후속 조치가 너무 안이해 분통이 터졌다”고 호소했다.

승객 방모(22) 씨도 “타고 있던 6호 차는 걷기 힘들 정도로 많이 기울었는데도 승무원들은 큰 사고가 아니라고만 해 답답했다”며 “열차 밖으로 탈출한 뒤에도 50분가량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열차가 탈선한 원인은 현재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히며 “최대한 빨리 수습을 완료해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레일에 비상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이 있는지, 승무원들이 안전관리 교육이나 제대로 받았는지 의심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달 20일 충북 청주 오송역에서 KTX 열차 전기공급이 중단됐을 때도 승객 수만 명이 밤새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오송역 사고 당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고 여파로 수많은 승객이 3시간가량 사고 열차에 갇히고, 서울∼부산 열차 운행시간이 최장 8시간까지 지연됐다. 열차에 타고 있던 일부 승객이 폐소공포증을 호소하며 유리창을 망치로 깨뜨리거나, 독자적으로 선로를 걸어 사고 열차에서 탈출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승무원들은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기다려달라”는 안내방송만 거듭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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