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러 방송사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의 영역 확장으로 콘텐츠가 늘어난 만큼, 시청자의 반응도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올해 방송된 많은 프로그램 중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은 무엇일까. 2018년 한 해, 방송사별 성과와 주목받았던 프로그램을 정리했다.
■ ‘리턴’ 열고 ‘골목’ 행진 ‘품격’ 마무리 SBS
지상파 드라마 중에서는 SBS의 활약이 빛났다.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드라마가 선전하며 지상파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도 SBS는 ‘리턴’ ‘키스 먼저 할까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등의 드라마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에 성공했다.
지난 1월 방영된 수목극 ‘리턴’은 1회 6.7%(닐슨코리아 제공, 이하 동일)의 시청률로 시작해 16.7%로 마무리됐다. 최고 시청률은 14회에 기록한 17.4%다. 올해 지상파 드라마 중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이 손에 꼽힌다는 것을 상기해 보면, 매우 높은 수치다. 배우 고현정이 제작진과 갈등을 빚어 중간에 하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시청률에 큰 영향은 없었다.
‘리턴’을 연출했던 주동민 PD는 수목극 ‘황후의 품격’으로 돌아와 2018년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 중이다. ‘황후의 품격’은 시청률의 귀재 김순옥 작가와 주 PD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지난 6일 방송된 12회에서 시청률 10.5%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예능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이 이끌었다. ‘골목식당’은 요리연구가이자 요식업체 대표 백종원이 낙후된 골목상권의 식당을 개선해주는 프로그램으로, 매회 높은 화제성을 보였다. 수요일 심야로 시간대를 변경해 MBC ‘라디오스타’와 JTBC ‘한끼줍쇼’ 등과 맞붙었지만, 경쟁력을 보였다. ‘사장님’들을 대하는 백종원의 전문적이면서도 진솔한 태도가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는 평이다.
■ 구원투수로 나선 ‘나쁜형사’와 무서운 신예 ‘전참시’ MBC
지난해 파업의 여파를 딛고 ‘드라마 왕국’을 재건하려 했던 MBC는 올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다수 드라마가 시청률 한 자리 수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범죄수사 장르물이라는 새로운 장기를 찾았다. 최종회 9.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월화극 ‘검법남녀’는 시즌2 제작을 논의 중이다. 탄탄한 고정 팬덤이 생긴 덕분이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월화극 ‘나쁜형사’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배우 소지섭과 정인선이 호흡을 맞춘 수목극 ‘내 뒤의 테리우스’도 발랄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시점’은 MBC를 ‘예능 왕국’으로 만들었다. 두 프로그램 모두 관찰 예능 포맷을 다양하게 활용했다는 특징이 있다. 2013년부터 방송된 ‘나 혼자 산다’는 새로운 출연진의 합류로 화제성을 이끌며, 올해도 MBC의 대표 프로그램 역할을 했다. 마마무 화사가 프로그램에서 ‘곱창 먹방’을 선보이며 전국 곱창가게 매출 증가에 기여하기도 했다.
‘전지적 참견시점’은 올해 MBC 예능 중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개그우먼 이영자의 ‘미식회’가 터지며 초반부터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이영자는 이 프로그램으로 제2의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평이다. 위기도 있었다. 지난 5월 방송분이 세월호를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것. 이에 MBC 측은 자체조사 후 입장문을 냈고, 연출진을 교체했다.
간판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종영 이후 토요일 예능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후속으로 ‘뜻밖의 Q’는 부진한 성적으로 막을 내렸고, 뒤이어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나인틴’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 ‘우만기’와 ‘살림남’ 있었지만… KBS
올해 KBS 드라마는 다양한 시도가 돋보였다. 미니시리즈 외에도 단막극을 편성해 드라마의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화제몰이를 한 작품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JTBC에서 새롭고 파격적인 내용의 작품을 선보였던 백미경 작가가 처음으로 KBS와 손잡았던 월화극 ‘우리가 만난 기적’은 최고 시청률 13.1%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었다. 이 밖에도 로봇을 소재로 한 ‘너도 인간이니’와 미국 NBC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슈츠’도 선방했다.
본격적으로 호러 장르에 도전한 ‘러블리 호러블리’ ‘오늘의 탐정’과, 오피스물 ‘죽어도 좋아’도 방영됐다.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최고의 이혼’은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일부 시청자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예능 중에서는 두각을 드러낸 프로그램이 적었다. KBS는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보다 기존 프로그램에 충실한 흐름을 보였다. 관찰 예능 ‘살림하는 남자’ 시즌2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연속 기록하며 체면을 지켰다.
■ ‘미스티’-‘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SKY 캐슬’ 환상의 금토극 라인업 JTBC
올해 드라마 화제성은 단연 JTBC였다. 금토극 ‘미스티’가 완성도 높은 연출과 연기로 사랑받았고, 뒤를 이어 방영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다수의 콘텐츠에서 패러디됐고 드라마에 삽입된 팝송이 다시 인기를 얻기도 했다.
현재 방영 중인 금토극 ‘SKY 캐슬’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1.727%의 시청률로 출발선을 끊은 ‘SKY 캐슬’은 8.934%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리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밖에 각각 영화와 웹툰을 원작으로 둔 ‘뷰티인사이드’와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도 완성도와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이다.
예능에선 시즌제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뭉쳐야 뜬다’와 ‘효리네민박’이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제작됐다. 새로운 시도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아이돌룸’ ‘방구석1열’ ‘요즘애들’ 등이 전파를 탔지만, 도전이 높은 시청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 예능의 ‘맛’ 본 TV조선·채널A
TV조선은 ‘맛’ 시리즈로 예능에서 활로를 찾았다. SBS에서 이적한 서혜진 PD가 연출한 ‘연애의 맛’ ‘아내의 맛’이 성공을 거두며 채널 인지도를 높였다. ‘맛’ 시리즈는 TV조선의 시청층을 넓히며 기존 색채를 바꿨다는 평이다.
예능의 맛을 본 것은 채널A도 마찬가지다. ‘하트시그널’과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이하 ‘도시어부’)가 크게 히트하며 채널 인지도를 비롯해 화제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트시그널’ 이후 여러 방송에서 일반인 출연 연애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틈새시장을 공략했다는 평을 받는 ‘도시어부’는 마이크로닷의 부모 사기 사건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시청률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미스터션샤인’부터 ‘밥블레스유’까지… 올해도 풍성했던 tvN·OCN·올리브
tvN은 올해도 예정된 성공을 거두며 ‘드라마 명가’의 자리를 지켰다. 특히 tvN 드라마는 화제성 면에서 지상파 드라마를 압도했다. ‘미스터션샤인’ ‘백일의 낭군님’ 등의 작품으로 중장년층까지 시청연령층을 넓힌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토일극 ‘미스터션샤인’은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뒀고, ‘백일의 낭군님’은 부진했던 월화극 자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수목극 ‘김비서가 왜 그럴까’ ‘나의 아저씨’도 높은 화제성을 보였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토일극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수목극 ‘남자친구’도 순항 중이다.
예능 중에서는 쿡방 ‘수미네 반찬’ ‘현지에서 먹힐까’와 리얼 버라이어티 ‘신서유기’ 등이 시청자에게 웃음을 안겼다.
장르물의 명가 OCN은 특성 있는 작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탄탄한 마니아 층을 형성했다. 영국 BBC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라이프 온 마스’는 탄탄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을 인정받았다. 한국형 엑소시즘을 표방한 ‘손 더 게스트’(손 the guest)는 OCN 수목극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며 완성도 면에서 큰 호평을 얻었다.
올리브채널은 이영자, 송은이, 김숙, 최화정, 장도연 등 여성 예능인을 내세운 ‘밥블레스유’로 주목받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