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좋다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상파 월화극과 수목극 자리에서 각각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MBC '나쁜형사‘와 SBS ‘황후의 품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두 작품 모두 출발부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성을 얻었지만,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풀어가야할 숙제가 있는 셈입니다.
‘나쁜형사’는 방송 이틀 만에 시청률 10%(닐슨코리아 제공, 이하 동일)대를 돌파하며 MBC 드라마의 구원투수로 떠올랐습니다. 영국 BBC 인기드라마 ‘루터’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지상파 오후 10시대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첫 방송부터 19세이상관람가로 방영돼 눈길을 끌었죠. 일부 시청층을 포기하더라도 본격적인 장르물을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읽혔습니다. 배우 신하균의 인상적인 연기도 호평을 얻었고요.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 될수록 ‘나쁜형사’의 완성도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습니다. 시청률도 7~8%대에 머물며 큰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있죠. 초반 기세 좋았던 ‘나쁜형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선정적인 연출과 허술한 전개입니다. 장르의 특성상 살인이나 폭력 장면이 등장할 수 있지만, 지상파에서 방송되기엔 지나치게 잔혹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부 장면은 맥락을 고려해도, 드라마에 반드시 필요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설득력 떨어지는 개연성도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됩니다. 극이 펼쳐질수록 섬세하지 못한 설정이 눈에 밟힌다는 것입니다. ‘나쁜형사’와 같은 장르에서 시청자에게 긴장감을 부여하는 것은 이야기의 속도감뿐만이 아닙니다. 빠른 전개일수록 촘촘한 설정이 담보되어야 하죠. 신하균의 열연이 곧 개연성이라는 시청평이 있지만, 그를 제외한 배우들의 연기력 지적이 이어지는 점도 아쉽습니다.
최근 시청률 14%를 돌파한 드라마 ‘황후의 품격’은 김순옥 작가 특유의 자극적인 이야기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앞서 드라마 ‘리턴’이 세운 올해 SBS 최고 시청률 기록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죠.
이처럼 잘나가는 ‘황후의 품격’도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배우들이 촬영 도중 잇따라 부상을 당한 것입니다. 배우 최진혁은 액션 장면을 찍던 중 안면 부상을 입고 30바늘을 꿰맸습니다. 최진혁은 제작발표회에 밴드를 붙이고 등장해 “방영 전 이런 일이 생겨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죠. 지난 18일 촬영 중 발가락 골절 부상을 입은 배우 신성록은 수술을 받고 촬영장에 복귀할 예정입니다.
악재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황후의 품격’에 참여하고 있는 스태프들은 지난 18일 SBS와 제작사 SM라이프디자인그룹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습니다. 희망연대노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으로 구성된 공동고발인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피고발인들은 ‘황후의 품격’ 제작에 참여하는 스태프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근로자들이 최소한의 휴식도 없이 장시간 촬영에 내몰리면서 심각한 신체, 건강상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공동고발인단이 공개한 촬영일지를 살펴보면 휴일 없이 10일 연속으로 촬영하거나, 29시간 이상 촬영이 진행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관해 SBS 측은 “지방으로 이동하는 시간과 충분한 휴게 시간이 있었다. 문제가 된 10월 10일의 총 촬영 시간은 29시간30분이 아니라 21시간38분이고, 1인당 4만 원의 별도출장비를 지급했다”며 “이를 계기로 근로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좋은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해명했습니다.
‘나쁜형사’와 ‘황후의품격’은 시청률 정상을 넘어서, 올해 각각의 방송사를 대표할 작품으로 떠올랐습니다. 두 드라마가 작품 내외부의 문제를 1위답게 풀어나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MBC·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