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압구정에 암 특화 요양병원이?

강남 압구정에 암 특화 요양병원이?

[탐방기] 청담씨티칼리지 요양병원, 여성암 환자들의 명품쉼터

기사승인 2018-12-21 14:11:43

최근 요양병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사무장병원을 잘못(?) 지칭한 말실수로 풀이되지만 일단 요양병원 비리를 ‘9대 생활적폐’로 적시한 바도 있어 부정적 인식은 더욱 단단해졌다. 마치 모든 요양병원이 문제이고 적폐인 것 같다. 정말 그럴까. 

이 같은 의문을 품고 있던 중 부정적 시각을 비웃듯 지난 11월 서울에서 가장 땅값이 비싸다는 강남, 그 중에서도 화려함과 부유함, 높은 품격의 명품 이미지가 강한 압구정동과 청담동 사이에 문을 연 요양병원이 있었다. 개원 소식을 접하곤 무슨 생각일지 궁금해 문을 두드렸다.

일단 쉬울 것이라는 생각보단 찾기가 어려웠다. 사거리 모퉁이마다 들어선 높은 건물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서다. 팁이라면 시선을 학동사거리에서 강남구청역 쪽 5층 정도 높이에 두고 100m가량 들어간 건물 꼭대기에 설치된 ‘녹색 십자가’를 찾으면 된다는 정도다. 당연하지만 내비게이션 찍고 차로가면 쉽다. 지하주차장도 갖춰져 있다.

◇ 첫인상은 구제에 가려진 ‘엔틱’

외부에서 바라본 청담씨티칼리지 요양병원은 주변의 건물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는 전혀 새로운 공간이었다. 여타 의료기관이 조금은 어둡고 넓은 홀과 안내데스크, 결제창구와 대기석을 비치한 것과 달리 밝고 화려하지만 고풍스러운 그러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카페가 자리하고 있었다.

요양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앞뒤 입구와 연결된 1층의 홀은 실제 신세계 커피브랜드와 계약해 카페로 운영하며 보호자와 환자가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는 등 일종의 면회를 하는 장소였다. 홀을 지나 들어가면 왼편에 고주파온열치료기 2대가 설치된 치료실이 있고, 좌우로 2명의 의사가 환자들을 보는 진료실이 각각 위치해 있다.

여기까지가 환자 보호자를 포함해 외부인이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의 전부다. 지하1층 지상7층 건물 중 1층을 제외한 병실과 각종 병원 내 시설은 환자의 사생활과 편의를 위해 외부로 공개되지 않는단다. 취재라는 명목에도 환자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가급적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시간대에 환자와 접촉이 없는 곳들부터 볼 수밖에 없었다.

◇ 둘러볼수록 남는 ‘명작’의 여운

둘러본 요양병원의 시설들은 한 마디로 ‘명작’이었다. 지금까지 방문한 십 수개 요양병원보다 다양하고 훌륭했다. 물론 지리적 특성 때문인지 조금 좁았다. 많은 수의 요양병원이 도심 외곽 넓은 공간에 자리 잡고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자연을 내세웠다면 이곳은 현대인들의 생활에 최적화된 각종 시설과 공간들로 꾸며져 있었다.

당장 환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할 병상은 총 84개로, 중간에 4층이 없는 2층부터 7층까지 5개 층에 한 층당 3개 병실이 4, 6인실로 나뉘어 배치돼있다. 놀랐던 건 모든 침상이 전자동 모션베드가 갖춰져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최적의 자세와 편안함에 제공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병상과 병상 사이는 벽과 우든 블라인드로 공간을 분리해 1인실과 같은 안락함을 함께 제공하고 있었다. 게다가 병상마다 스마트 모니터가 설치돼있어 간호사를 호출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의 편리함에 더해 각종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놨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 식사는 지하나 각 층별로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서 임상영양학회가 제안하고 신세계푸드에서 제공하는 질환별 맞춤식단으로 개개인에게 제공된다. 실제 위암절제환자의 경우 하루 6끼가 필요 영양과 칼로리에 맞게 부드러운 식단으로 조리돼 나왔다. 심지어 흰 설탕이나 소금 대신 맛을 낼 수 있는 천연 식재료로 음식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 치료효과와 편안함 다 잡은 ‘의료기관’

무엇보다 요양병원은 ‘의료기관’이다. 하지만 동시에 ‘요양’이 필요한 환자들이 머무는 공간이다. 그렇지만 둘 모두를 만족하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청담씨티칼리지 요양병원은 둘 모두를 꽤 높은 수준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위치부터 남다르다. 2~3주에 한 번 반나절 혹은 한나절을 소요하는 항암치료나 5~6주간 매일 반복해야하는 방사선치료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해야하는 이들에게 이 곳의 접근성은 상대적으로 높다.

더구나 고주파온열치료기와 고압산소치료기, 스크램블러 치료기 등 다양한 장비들이 갖춰져 있어 적극적인 항암치료로 생명의 불씨를 살리려 힘쓰는 환자들의 회복과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대일 맞춤으로 진행되는 운동치료나 항암치료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함을 완화시키는 원예치료나 동물매개치료, 미용·그림·음악치료도 환자의 희망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강사들 또한 미국 암학회 운동치료 자격을 갖춘 전문가 등 전문성을 인정받은 이들로 구성돼있다. 심지어 족욕이나 찜질, 전문관리사의 피부관리도 전용 공간에서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내과를 전공한 원장과 인턴을 마친 의사가 상시 진료와 상담에 나서고 있으며, 청담씨티칼리지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배출된 간호조무사들이 의사와 간호사들을 보조해 환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간호조무업무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실습도 이뤄져 풍부한 인력도 장점이다.

◇ 왜 여성 암 환자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나?

병원을 둘러본 후 느낀 감정은 솔직히 대단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의료기관의 입지와 화려한 시설, 우수한 의료 인력은 곧 환자들의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표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던진 질문들이 곱지만은 않았다.

대뜸 지르듯 왜 요양병원을, 그것도 아무도 엄두내지 않는 땅값 비싼 청담에, 무슨 생각으로 설립하게 됐냐고 물었다. 이에 내과 전문의인 윤유정 대표원장은 ‘환자들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말을 달리하며 집요하게 느낄 정도의 질문에도 답은 같았다.

사전 시장조사에서 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요양병원이 전무하다시피 한 강남이지만, 수술 이후 회복단계이거나 병행치료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3차병원과의 접근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환자들의 요구가 높았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부인인 여성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고, 가족을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는 곳을 환자들이 원했다고 부연했다.

윤 원장은 “여성은 본인이 암에 걸리고 수술을 받아도 정작 자신을 챙기기에 앞서 누군가의 부인, 어머니로 자녀를 챙기고 집안일을 한다. 제대로 된 식사도, 휴식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조금이나마 역할에 대한 짐을 내려놓길 바랐다. 그 때문에 균형 잡힌 식단과 치료, 각종 프로그램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대화 말미에 스스로도 암 환자의 가까운 지인으로 병간호를 하다 보니 과거 머리로만 환자들을 대하고 이해했던 것을 넘어 의사지만 또한 간병인이자 보호자로 환자가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고,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암 치료 후 환자가 좋은 체력과 면역력을 갖춰 부작용을 줄이고 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 또한 주변인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 경험이 환자를 지인과 같이 느끼게 했고, 좀 더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접근하게 됐다”며 “장단점은 있다.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해줄 의사의 역할도 있다. 하지만 환자가 안 좋아졌을 땐 힘들어지는 일도 있다. 잘 조절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속내도 내비쳤다.

한편, 윤 원장은 내과 전문의로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받으며 백혈구 수가 감소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 위험이 올라가고, 혈소판 수치가 떨어져 출혈 위험이 늘어나는 등 환자들이 느끼는 각종 어려움과 증상들을 치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최소화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갈 것이라는 목표도 전했다.

나아가 칼리지와의 연계를 통해 우수한 간호조무인력이 배출될 수 있도록 돕고, 그렇게 배출된 전문가들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여 유기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환자들 개개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 치료환경을 구축하고 별도의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는 진정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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