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약 밀매를 다룬 영화 '마약왕'이 화제다. 영화에서는 필로폰 밀매가 성행했던 1970년대 국내를 배경으로 한 마약 밀매업자(극중 송강호)의 일대기가 그려졌다. 마약단속이 강화된 90년대 이후 마약청정국 지위에 올라선 우리나라에서 ‘마약’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그러나 마약왕의 이면에는 ‘약물 중독’이라는 무서운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극중 송강호를 마약왕으로 만든 필로폰 중독에 대해 알아봤다.
흔히 히로뽕 또는 필로폰이라 불리는 마약의 정식 명칭은 메스암페타민(Methamphetamine)으로 강력한 중추신경 각성제다. 메스암페타민(필로폰) 등 중추신경계를 각성시키는 약물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과다하게 분비된다. 이 도파민의 비정상적인 과다 분비로 행복감과 자극과 쾌감이 극대화되고,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황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과다 분비를 반복한 신경전달물질은 결국 고갈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포만감, 활력 등에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다. 또 이는 약물에 손을 댈수록 같은 쾌감을 느끼기 위해 더 많은 용량을 원하고(내성), 약물을 맞지 않으면 못 견디는(금단) 약물 중독으로 이어진다.
특히 필로폰은 코카인, 모르핀 등 여타 마약류 중에서도 중독성이 가장 강한 마약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단 한 번만으로도 중독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필로폰이 주는 자극이 유독 강하기 때문이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필로폰은 단 한 번만 맞더라도 이전에 경험한 적 없는 황홀한 기억이 너무 강하게 각인되기 때문에 또 하고 싶은 생각이 강렬해진다”며 “무엇보다 위험한 이유는 급속히 뇌를 손상시켜 환청, 환각, 망상 등 급성정신병적 상태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호기심에서라도 손대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약물 중독은 질병이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에 국가에서는 마약류 중독자를 위해 20여개 치료보호기관을 지정하고, 치료비는 무상으로 지원한다. 또 치료 보호 대상자에 대한 개인정보도 비밀로 보장한다.
그러나 법적 처벌의 두려움, 금단현상의 괴로움,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적극적으로 치료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환자는 많지 않다. 실제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약물중독자들은 교도소와 병원을 오가며 재발, 재범, 재중독을 반복하는 괴로운 삶을 지속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이미 2016년 국민 10만 명당 마약사범이 28명 수준(UN기준 20명 미만)에 달해 마약청정국 지위를 상실했고, 6년 전보다 마약사범이 54%가량 증가해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최근 필로폰 등 마약이 국경을 넘어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마약없는 청정국이라는 미명 하에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라며 “기존의 마약퇴치 정책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마약 중독자의 재발, 재범 방지를 위해 평생교육을 지원하는 정책을 검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