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고(故) 김용균씨 사망 이후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개정안이 26일 끝내 여야 합의가 불발됐다.
이로써 산안법 정부 개정안 연내 처리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는 27일 다시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고 재논의에 들어갔다. 교섭단체 3당 간사들은 ‘도급인 책임강화’와 ‘양벌 규정’(과징금 부과액 상향) 2대 쟁점에 대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으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정부안은 하청 사업주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원청 사업주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각각 처하도록 돼 있는 현행보다 처벌 기준을 대폭 높이고, 특히 원청 사업주에게 하청 사업주와 같은 법적 책임을 지우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고 김씨 유가족은 국회까지 찾아 법안 처리를 간절히 호소했다. 전날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는 동안 고 김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국회 본청 621호 앞 복도에서 선 채 회의 결과를 기다렸다. 김씨는 산안법 심사가 공전하자 오후 2시40분쯤 시민대책위원회와 함께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정부와 회사로 인해 하나 밖에 없는 아이를 처참하게 잃었다”며 “무슨 이유가 됐든 핑계대지 말라. 죽은 아이 앞에서 고개를 들고 싶다. 그러려먼 법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회의가 공전을 거듭하자 환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 한정애 의원과 함께 오열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김씨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논의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자 김씨는 “법안 처리가 꼭 돼야 하는데”라며 한 의원과 껴안고 눈물을 쏟았다. 김씨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우리 아들이 또 죽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한국당)은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더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용노동소위 위원장인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회의 직후 “중요한 건 도급책임 강화와 양벌 규정”이라면서도 “연내 처리도 좋지만 기간보다 법에 얼마나 내용을 담느냐, 진전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또 이장우 한국당 의원은 산안법을 개정하게 되면 규제가 강화돼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며 “이러다가 나라가 망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이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24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한국당은 고 김씨 사망사고 직후 애도성명을 내고 ‘이런 일이 반드시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막상 산안법 개정안을 다룰 때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딴소리 한다”면서 “제가 볼 때는 이런 법안조차 통과시키지 못하는 국회라면 국회가 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