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에서 정신과 진료 상담을 받던 환자가 흉기로 의사를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환자는 조울증으로 불리는 ‘양극성 정서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1일 오후 5시 44분경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외래 환자 박모(30)씨가 정신과 진료 상담을 하던 의사 A(47)씨를 흉기로 찔렀다.
이날 진료실에서 상담받던 박씨는 미리 준비해 온 흉기를 꺼내 A씨에게 휘둘렀다. 위급함을 느낀 A씨가 진료실 바깥으로 도망쳤지만, 박씨가 뒤쫓아 흉기로 A씨의 가슴 부근을 수차례 찔렀다. A씨는 병원 지하에 위치한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2시간 만인 이날 오후 7시 30분쯤 사망했다.
범행에 날 길이 33cm의 칼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고, 경찰에 호송될 당시 박씨는 "내가 왜 여길 오냐. 이것 좀 놔 봐"라고 외치며 난동을 피우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경찰이 박씨의 살해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 중이나 정신 상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양극성 정서장애’는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는 ‘우울증’과 달리 들뜬 상태(조증)와 우울한 상태(우울증)가 번갈아 나타나는 기분장애이다. 상반되는 두 가지 기분 상태가 나타난다는 의미로 ‘양극성 장애’로 불리기도 한다. ‘우울증’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70%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보다 젊은 나이에 발병하고 예후가 좋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울증의 최근 5년간(2011~2015년) 심사결정자료(건강보험 및 의료급여)를 분석한 결과, 2015년 진료인원은 약 9만2000명으로 연평균 8.4% 증가하고 있다.
진료인원이 많은 구간은 40~50대 중년층이었으나 5년간 진료인원이 가장 많이 증가한 구간은 70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1년 ‘조울증’ 유병률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18~29세이지만 전체 인구대비 진료인원은 40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처방과 함께 돌발행동으로 인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입원치료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오랜 시간 치료가 요구되는 만큼 주위에서 꾸준한 노력으로 환자에게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음주 및 부적절한 약물을 이용하는 경우 기분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경찰은 박 씨를 체포해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이날 피해자의 시신에 대한 부검 영장도 신청할 방침이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