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를 지금의 정부구상대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초 기대했던 정책효과는커녕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돼 국민과 국가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청와대 직속 기획예산위원회 정부개혁실 행정팀장을 비롯해 국무조정실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전문위원, 보건복지부 주요정책과제평가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현재 병원경영 컨설팅회사 ‘엘리오’를 운영하고 있는 박개성 대표(사진)의 말이다.
박 대표는 4일 대한병원협회가 개최한 ‘2019년 병원경영과 의료정책방향 연수교육’에 초청돼 ‘병원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우리 병원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보건의료를 둘러싼 여건과 병원들이 직면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제안했다.
문제는 그의 분석에 따르면 보건의료계는 물론 국가와 국민 모두가 위기에 직면해있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의료의 획일화와 표준화를 통한 보장성 강화”라며 “결과적으로 종별 특히 2차와 3차 병원 간 격차를 줄여 의도와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케어로 인해 환자가 전액을 부담하는 비급여 의료행위 등이 지속적으로 급여화되고, 선택진료비나 병실료와 같은 각종 가격장벽이 없어지거나 낮아져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이 극심해지고 의료이용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급격한 사회의 고령화에 따른 기하급수적인 의료비 증가에 보장성 강화를 위한 인위적인 비용지출이 더해지며 국가와 국민의 재정적 부담을 높이고, 상급종합병원에게 유리한 제도적·정책적 구조가 병·의원의 경영악화를 촉진해 의료체계의 붕괴를 야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상급종합병원에 맞춰진 환자의 눈높이와 정부정책의 의료 및 서비스 질 향상 요구는 의료기관의 인건비 상승과 연구 및 시설 투자의 증가로 이어지고, 지출 이상의 수익을 거두기 위해 과잉진료나 비용의 상승을 유발해 가계부담을 오히려 키우는 등 악순환이 꼬리를 물고 계속될 것이라는 설명도 더했다.
실제 그는 “문재인 케어로 문턱이 낮아진 대학병원은 환자 쏠림현상으로 인해 역사상 최대 수준의 흑자를 보이겠지만, 이들과 싸워야하는 중소병원은 계속해서 망해 2020년에는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의료비 상승으로 인해 가난한 이들이 오히려 병원을 찾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어 “문재인 케어 후 의도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 반대로 가야한다”며 “국내에서 전달체계의 실체는 없다. 별 의미가 없다. 중소든 대학이든 환자에게 선택을 받을지 말지를 고민해야한다. 중소병원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전문성과 차별성, 서비스 등 하나라도 완성도 있게 내놔야한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공무원 수와 규제는 비례관계다. 정부는 공무원을 늘려 규제를 확대하기보다 규제를 풀어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변화를 유도해야한다”면서 “규제를 개혁해야 먹고사는 독립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잘하는 사람이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시동이라도 걸어볼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