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살까지 살아서 일본의 만행을 알리겠습니다. 돈이 전부가 아닙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인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해 8월 15일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연대집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정부는 그해 12월 28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외교장관회담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해결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24년 만에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혀 큰 화제가 됐죠.
정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이날의 해결 방안 합의를 반기지 않았습니다. 당시 피해자 지원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측은 회담 결과에 대해 양국 대표 노력은 평가하지만 미흡하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정부가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회담을 진행한 것이 결정적인 문제였죠.
문재인 정부 역시 회담 결과를 뒤집을 순 없었습니다. 지난 1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15년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면서도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를 고려해 우리 정부는 동 합의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대해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부는 일본 측에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동시에 일본 정부가 출연한 기금 10억 엔은 한국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했죠. 완전히 해결된 것도, 해결되지 않은 것도 아닌 상황이 된 것이죠.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12월 14일 수요집회 1000회를 맞아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법적 배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건립됐습니다. 이후 전국에 110여 개의 소녀상이 세워져 당시 아픔을 알리고 있죠.
쿠키뉴스 사진팀은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 세워져 있는 서른여섯 개의 ‘평화의 소녀상’을 찾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외침을 글로 담았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녀상을 보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잠시라도 기억한다면 할머니들에게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구리시 평화의 소녀상(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208-39, 2017년 10월 29일 건립)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지 않는 점에 대해)즈그들 뺏기기 싫으니까 그렇지"-故 이효순 할머니(1925~2015)
광명 평화의 소녀상(경기도 광명시 가학동 산 17-1, 2015년 8월 15일 건립) "하루에 40여명을 상대로 성 노리개가 되어야 했고 죽지 않을 만큼 맞아서 고막이 터졌다"-故 김군자 할머니(1926~2017)
안성 성베드로의 집 동양 평화소녀상(경기도 안성시 시미실길 251, 2014년 6월 19일 건립) "정말 생각하면 때려죽여도 시원찮습니다"-故 박영심 할머니(1921~2006)
군포 평화의 소녀상(경기도 군포시 당정동 761, 2016년 8월 16일 건립) "유학 보내준다는 말에 속아 15세에 집떠나"-故 김정분 할머니(1930~2018)
나눔의 집 평화의 소녀상(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가새골길 85, 1997년 8월 14일 건립) "왜 일본한테도 보상을 못 받았는데 또 우리나라서 재판을 기각당해야 하느냐"-김정주 할머니(90세)
부천일본군위만부기림비(경기도 부천시 송내대로 236, 2015년 2월 3일 건립) "재판에서 져도, 마음은 지지 않는다"-故 송신도 할머니(1922~2018)
미리내 성지 동양 평화소녀상(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성지로 386-27, 2014년 5월 28일 건립) "우리에게 해방은 오지 않았다"-故 박유년 할머니(1922~2015)
성남 평화의 소녀상(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대로 997, 2014년 4월 15일 건립) "그놈들 한 걸 생각하면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한이 안 풀린다"-故 김분선 할머니(1923~2005)
수원 평화의 소녀상(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효원로 240, 2014년 5월 3일 건립)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내 청춘은 돌아올 수 없다. 피해자들 곁에 와서 말 한마디라도 하는 게 원칙 아니냐"-故 안점순 할머니(1928~2018)
시흥 평화의 소녀상(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2138, 2016년 8월 20일 건립) “일본이 사죄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故 김양주 할머니(96세)
안산 평화의 소녀상(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로 61, 2016년 8월 15일 건립) "해방 당시에도 12살 이었다"-故 김외한 할머니(1933~2015)
안양 평화의 소녀상(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평로 149, 2017년 3월 1일 건립) "내가 죽으면 숙이공원 소녀상 아래에 묻어주오"-故 박숙이 할머니(1922~2016)
양평 평화의 소녀상(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양근리 352-1, 2017년 3월 1일 건립) "어떤 때는 하루에 20명 내지 30명은 상대했었던 것 같다"-故 문옥주 할머니(1924-1996)
오산 평화의 소녀상(경기도 오산시 성호대로 141, 2016년 8월 14일 건립) "정말로 시간이 없다"-故 김연희 할머니(1932~2015)
용인 평화의 소녀상(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 556, 2017년 8월 15일 건립) "일본놈이 담뱃불 붙여 내 자궁에 넣었다"-故 김대일 할머니(1916~2005)
의정부 평화의 소녀상(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222-30, 2015년 11월 7일 건립)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길원옥 할머니(91세)
평택 평화의 소녀상(경기도 평택시 합정동 산16, 2017년 3월 1일 건립) "앞으로 다시는 우리 같은 일이 생겨서는 안 돼"-故 최금선 할머니(1925~2015)
화성 평화의 소녀상(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97, 2014년 8월 14일 건립) “일본놈들이 우리가 가고 싶어서 간 것이라고 하는 데, 일본놈들의 사과를 받아야한다”-故 김달선 할머니(1925~2015)
광주 동양 평화소녀상(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대쌍령리 155-21, 2016년 6월 25일 건립) "건장한 장골들이 때려잡는데 누가 그걸 견딜 수 있겠소. 말로 몬 해요"-故 강도아 할머니(1923~2007)
박효상, 박태현 기자 phot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