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새해 벽두부터 유럽연합(EU)의 세이프가드(SafeGuard·긴급수입제한) 발동이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해 미국을 시작으로 EU, 캐나다, 터키, 인도 등 여러 국가로 확산된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거세지며 한국 철강사들의 수출길이 좁아지는 모양새다. EU의 세이프가드 발동이 관련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4일(현지시각)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로 미국으로 수출되던 글로벌 철강사들의 철강제품이 유럽으로 유입되면 EU 역내 철강 산업에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오는 2월 2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EU가 발표한 세이프가드안의 주요 내용은 열연·냉연강판, 도금칼라, 봉·형강 등 26개 품목에 대해 2021년 6월 30일까지 최근 3년(2015년~2017년) 평균 수입물량의 105%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TRQ(Tariff Rate Quota·저율할당관세) 방식이다.
쿼터 1년차인 올해는 최근 3년 수입물량의 105%까지, 이후 연도별 5%씩 쿼터가 증량될 예정이다. 한국은 지난해 민관합동대표단(한국 철강업계·정부)의 적극적 대응에 힘입어 냉연강판, 도금강판 등 주요 수출품목에 대해 EU에게 국가별 쿼터를 적용받았다. 이를 통해 잠정조치 때보다 쿼터량이 100%에서 105%로 증가했고, 이로써 기존 수출 물량 유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철강 업계 중론이다.
다만 관련업계에서는 EU발 세이프가드 조치가 예상보다 합리적이지만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유럽 시장에 정통한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EU의 이번 조치는 합리적인 수준이다. 국가별 쿼터 대상으로 선정된 이상 한국 철강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보호무역 주의가 점점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문제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촉발된 세이프가드 중 EU는 시작에 불과하고 대부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이 세이프가드로 포문을 연 상황에 다른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철강사들이 한국 시장을 대체 시장으로 들어올 우려도 있다”며 “게다가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글로벌로 확산되는 양상이 돼 미국 이외의 대체 시장을 찾는데 어려움이 현실화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EU 세이프가드 조치에도 한국은 3년 치 평균 물량을 쿼터로 확보해 안정적 수출이 가능하고, 매해 쿼터가 증가해 안정적 수출은 가능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공세가 강경해진다면 수출길이 막힐 우려가 크다는 관측이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 역시 “반도체,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등 모든 업계가 그렇듯 수출에 제한이 있는 것이 무엇이 좋겠냐”고 반문하며 “다만 EU의 제재가 합리적인 편에 속하고, 정부와 업계가 이번 제제조치가 확정돼 실행되는 2월까지 쿼터는 늘리고 관세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