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술‧약물 남용 시 범죄율 4배 ↑…“돌봐 줄 사람이 없어요”

정신질환자 술‧약물 남용 시 범죄율 4배 ↑…“돌봐 줄 사람이 없어요”

정신건강복지센터 사회복지사 1명이 100명 환자 돌봐

기사승인 2019-01-08 04:00:00

강남역 살인사건에 이어 강북삼성병원 故임세원 교수의 안타까운 죽음까지. 정신질환자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국민들의 불안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확산되면서 ‘정신질환=범죄의 원인’이라는 고정관념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는 정신질환자의 범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커뮤니티 케어’ 정책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신질환자가 퇴원해서 지역사회로 돌아갔을 때 지속적으로 케어를 할 수 있는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6월부터 노인을 시작으로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 대상자별 커뮤니티 케어 모델을 개발한다고 예고했다. 문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만연한 현재,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역사회 돌봄 정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가 되는 상황.

실제로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2017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한 결과,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는 매우 저조하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이다’라는 항목에는 11.2%만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사회에 기여하기 어렵다’는 질문에는 42%만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정신이상, 정신박약, 기타 정신질환을 포함한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낮다. 2014년 대검찰청 범죄분석 결과를 보면, 2013년에 발생한 127만여 건의 범죄에 있어 정신질환자에 의한 건은 총 5241건으로 전체 0.4%를 차지한다. 살인, 강간, 방화, 폭행, 절도, 사기 등 범죄유형별로 봐도 각 유형별로 정신질환자의 비율은 10%를 넘지 않았다.

다만 총 정신질환 범죄자 중 전과자의 비율은 65.7%로, 전체 범죄자 중 전과자 비율(41.7%)보다 높다. 이는 정신건강에 취약성을 갖고 있는 대상자들이 재범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살인 등 강력 범죄의 경우에는 중증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의 비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높다.

범죄율은 정신질환자의 약물 및 알코올 남용과도 관련이 있다. 한 해외 연구에 따르면 약물 및 알코올 남용이 없는 조현병 환자의 폭력 범죄 위험성은 일반인의 1.2배로 비슷하지만, 남용이 있으면 4.4배로 증가한다.

이에 소민아 국립정신건강센터 전문의는 “정신장애자의 범죄 성향이 일반인보다 높다는 고정관념을 지지하는 증거는 상당히 미흡하다”며 “단순히 정신장애 자체를 범죄의 원인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와 동반해 나타나는 사회적 고립, 약물 남용 등 관련 변인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합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저조할수록 환자가 병원에 가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게 되고, 이는 환자의 낮은 의료 이용률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현병 환자는 11만 3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질환 발생 후 처음으로 치료를 받기까지 미치료기간은 2.5년이다. 이는 선진국의 2배로, 그만큼 치료를 늦게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정신질환자 범죄의 원인보다 질환과 동반해 나타나는 증상들을 고려해야 한다. 증상이 악화돼 폭력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빨리 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환자들의 증상을 조절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자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소민아 전문의에 따르면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10~15명의 정신보건간호사, 사회복지사, 직업상담사가 한 팀을 이뤄 해당 지역의 정신질환자들을 관리한다. 소민아 전문의는 “서울시만 보더라도 시에 인구가 얼마나 많은데 15명으로 커버가 되겠느냐”며 “여기에 사례관리까지 해야 하는데, 업무량이 많아 한 센터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손지훈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교수도 “복지사 1명이 환자 50~100명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물리적으로 환자를 한 달에 한 번 만나기도 어렵다. 지역센터에서 중증질환을 관리하기에는 맨파워가 딸린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지역 보건소와 정신건강복지센터, 그리고 병원 간 연계 체계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센터 전문인력들은 중증 정신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구성된 전문인력이다. 현실은 이들이 우울증 등 일반적인 질환까지 다루고 있다”며 “오히려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있는 지역 보건소가 일반 질환을 담당하고, 센터가 중증질환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센터와 병원 간 연계도 미흡하다. 센터는 사회복지기관 성격을 가지고 있고, 병원은 의료보험체계로 움직여 별도의 예산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에 두 기관 간 호환이 잘 안 된다”며 “센터 인력도 환자들을 치료하고, 병원 인력도 센터처럼 나가서 환자를 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꿔야 환자들이 돌봄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래야 치료 접근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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