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높을까?
이 질문에 시원스런 답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극단적으로 단순화하면 “트렌드가 그렇다”와 “우리 사정은 다르다” 정도일 터다. 사실 우리나라 민간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극히 낮다. 임원만 적은 것이 아니고 직원 비율도 유리천장에 막혀있다. 실제로 지난 6년간 국가별 ‘유리천장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사진)은 지난해 12월 20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민간기업의 여성대표성을 높이자며 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여성 고위관리직 목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공적기금 투자기준에 여성대표성 항목을 반영을 추진하는 등 여러 인센티브를 발굴해 기업의 참여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 ‘기업 유인기제’ 항목 중 국민연금 등 대규모 공적기금 등의 투자 기준에 여성대표성 항목의 반영을 추진하겠다는 부분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의 축은 두 개다. 국민연금 등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는 것과 국내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극히 낮은 현실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투자 목표=수익’이라는 관점에서 퍽 현실적으로 비쳐진다. 우리나라 기업 여성 임원이 많고 적은지와 투자 수익률 사이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자료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도 비판에 힘을 싣는다.
또한 국민연금이 규모면에서 공적기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연금을 둘러싼 각종 설왕설래와 맞물려 비난 여론을 형성할 가능성이 컸다. 실제로 그랬다.
비판이 꽤 설득력이 있다 보니 여가부의 정책 방향이 무모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시쳇말로 여가부가 현실도 모르면서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한다는 빈축이 득세하는 이유다. 그러나 여가부 실무자의 이야기는 좀 달랐다. 성별 다양성을 고려하자는 게 왜 문제가 되느냐는 것이다.
여가부 여성인력개발과 관계자는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 사회책임투자(ESG) 등 비재무 정보를 고려한 투자 수익률이 긍정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면서 “우리나라도 이미 글로벌 기업화가 상당부분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매 결정자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그리고 소비에서 남녀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 지 오래”라며 “이렇듯 소비 및 생활 트렌드가 바뀌면서 기업은 지속가능한 수익을 위해 남녀 모두에 밀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남성 중심의 의사 결정 구조에 여성의 목소리가 더해지면 기업의 지속가능한 수익에 긍정적이며, 공적기금 투자시 지속가능한 이익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ESG 평가 지표에 이미 여성 고용 비율이 포함돼 있는데 굳이 여성 임원 비율을 따로 기준으로 만들어 집어넣을 필요가 있을까?
여가부 관계자는 “조직 의사 결정자를 고려한 것”이라며 “기업 발전은 다양성 확보라는데 이견이 없고, 해외의 경우 인종다양성과 성별 모두를 고려한다. 우리는 단지 성별 다양성을 조금 고려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타 부처, 특히 보건복지부와의 논의 상황을 묻자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대책 논의를 이제 막 시작한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번 논란에 대해 “유리천장이 깨져야 하지만, 구체적 방법에 대해 우리사회는 극히 소극적”이라며 “여가부는 무언가 획기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여겨 공적기금을 언급했다가 국민연금과 맞물려 곤욕을 치룬 셈이다. 성급한 감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현재 여가부는 이제 겨우 의견만 나눴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에 국한된 사회책임투자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여러 정책 추진 과제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 이처럼 논란이 될 줄 몰랐다며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