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위스 로슈 사의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 20만명분을 북한에 지원한다. 이에 제약업계는 국산 제네릭(복제약)을 두고 외국산을 선택한 정부 결정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에 보내는 약이니만큼 국산 의약품을 지원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그러나 정부는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에 맞춰 지원을 하기 위해 정부 비축분을 사용하게 됐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보건복지부와 통일부는 지난 8일 제301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서면으로 열어 ‘인플루엔자 관련 대북물자 지원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안’을 의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타미플루 20만명분 구매비와 수송비 등이 35억6000만원 범위로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된다. 정부는 타미플루 20만명분과 민간 업체가 기부한 신속진단키트 5만 개를 육로로 운송해 개성에서 북측에 넘겨줄 계획이다.
정부가 북한에 인플루엔자 치료제를 보내는 것은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타미플루 40만명분과 또 다른 독감 치료제인 리렌자 10만명분을 경의선 육로를 통해 제공한 데 이어 두 번째다.
2009년 당시에는 타미플루 국산 복제약이 개발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한국로슈를 비롯해 52개 제약업체에서 163개 품목이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대북지원에 국산이 아닌 외사자 의약품을 결정한 것.
이에 박민수 복지부 정책기획관(남북 보건의료 추진단 총괄)은 “작년 12월 열린 국장급 회담 때 타미플루 지원에 대한 북측 요청 있었다. 북측에서도 타미플루(오리지널)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인플루엔자가 겨울철 유행하는 병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 비축분을 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국내사나 외사자 의약품을 구매해서 북에 보내려면 1~2개월 시간이 소요된다. 입찰 등 정식 구매절차가 있기 때문인데, 1월이 넘어가면 치료제 지원이 의미가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어 “비축분에 국내사 의약품도 있지만, 수량이 넉넉하지 않다. 몇 달 걸려도 되는 의약품이면 제약사들과 협의도 하고 했겠지만, 시의성 문제도 있고 비축분 균형 문제도 생기기 때문에 수량이 넉넉한 타미플루(오리지널)로 결정한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내년 겨울에도 지원 물품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비축분 대신 정식 구매 절차를 통해 제품을 결정할 것이다. 타미플루 외 다른 제품들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