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식이 높고 자비심이 많은 지킬 박사와, 그가 실험을 통해 만들어낸 추악한 하이드. 1886년 나온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제명은 한 사람 안에 내재한 상반된 성격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15일 오후 6시 발매되는 그룹 비투비 멤버 이민혁의 첫 솔로음반 ‘허타존’(HUTAZONE)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연상하게 만드는 구성이 특징이다. CD 패키지의 한쪽 면엔 순수함을 강조한 사진이 실렸고, 반대편은 붉은 톤으로 연출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수록곡의 분위기도 극과 극을 오간다. 경쾌한 댄스곡 ‘폴링(Fallin`)’부터 알엔비 발라드 ‘아무렇지 않은 척’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이민혁은 이날 오후 서울 구천면로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연 솔로음반 기념 공연에서 “나를 알고 있는 분들을 놀라게 하는 게 이번 음반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자신 안의 다양한 모습을 꺼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싶다는 포부다. 그는 “비투비 안에선 래퍼로서의 모습을 주로 보여드렸는데, 이번엔 가수 퍼포머 프로듀서로서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허타’는 이민혁이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할 때 쓰던 예명이다. 빌 허(虛)와 칠 타(打)를 합쳐 지었다. 이민혁은 “타자가 (안타를 위해) 수도 없이 허공에 스윙 연습을 하는 것처럼 스스로 계속 갈고 닦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허타존’이라는 이번 음반 제목은 그래서 ‘이민혁의 세계’를 의미한다.
이민혁은 많지 않은 시간을 쪼개가며 ‘허타존’을 만들었다. 비투비 활동과 드라마 촬영 등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그를 위해 소속사 동료들도 힘을 보탰다. 그룹 (여자)아이들의 리더 전소연은 ‘너도? 나도!’에 피처링했고, 같은 팀 멤버 육성재는 ‘꿈인가 봐요’를 이민혁과 함께 불렀다.
누구보다 친형의 도움이 컸다. 이민혁은 “내가 솔로 음반을 낼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며 “그때 친형이 ‘너는 솔로 가수로도 해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줬다”고 했다. 덕분에 용기를 얻은 이민혁은 음반 작업에 착수했다. 타이틀곡 ‘야’(YA)를 비롯한 모든 곡을 직접 작사·작곡·프로듀싱했다. 그는 “기획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작곡가님과 분투했다”며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과정에 대해 치열하게 의논한 끝에 완성한 음반”이라고 말했다.
이민혁은 다음달 2~3일 단독 콘서트를 연 뒤 같은달 7일 입대해 의무경찰로 복무한다. 비투비 멤버들 가운데선 서은광, 이창섭에 이어 세 번째로 군인이 된다. 이민혁은 “입대 전 이런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팬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며 “남은 동생들에겐 (완전체 활동 공백이)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마음껏 자신의 역량을 뽐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