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잃을까봐”…아동학대 신고 주저하는 의무자들

“일자리 잃을까봐”…아동학대 신고 주저하는 의무자들

아동학대 사망자수 늘고 있지만 학대 발견율 2%대로 저조

기사승인 2019-01-16 01:00:00

아동학대 발생건수가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학대 발견율은 2%대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일부 직군에 신고의무를 부여했지만, 신고의무자들은 신변노출의 우려로 신고를 주저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2012년 6403건에서 2014년 1만 27건, 2015년 1만 1715건, 2016년 1만 8700건, 2017년 2만 2000건 등으로 매년 증가했다. 재학대 발생 건수도 2015년 1240건에서 2017년 2160건으로 늘었고, 학대로 인해 숨진 아동의 수는 2015년 16명에서 2017년 38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 1일 경기도 의정부에서는 바지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친모가 4살배기 막내딸을 학대하고 숨질 때까지 방치한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5살배기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마저 유기했던 ‘고준희양 암매장’ 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학대 의심 신고 건수가 2012년 1만 900건에서 2017년 34만 4000건으로 크게 늘었지만, 우리나라 아동학대 발견율은 2017년 기준 2.64‰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치로, 미국은 9.4%, 호수 8%, 프랑스 3.94% 정도다.

 

 

학대 행위자의 80%가 부모인 만큼 아동학대 사각지대 해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고’다. 부모는 피해 아동과 가장 친밀한 관계인 데다가, ‘가정사’라는 이유로 범죄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아동을 접할 기회가 많은 사람에게 신고의무를 부여했다. 아동학대 특례법에 따라 초‧충‧고 교사, 의사,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보육교직원, 아이돌보미 등 24개 직업군 종사자를 학대 신고의무자로 지정하고, 아동학대 범죄를 인지하면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들의 신고율은 일반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5년 기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비율은 29.4%에 불과하다. 특히 아이돌보미와 같이 영유아와 밀접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은 직군의 신고 건수는 2017년 기준 전체 8949건 중 9건으로 매우 저조하다. 이에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본인에게 불이익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육교사였는데,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신변이 노출돼 직장을 잃을까봐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가 있었다. 신고의무자 직군이지만 동시에 직업이기 때문에 충분히 딜레마에 빠질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영유아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연령대고, 가정 내에서 지내는 경우 많아서 확실한 증거가 있는 상황이 아니면 신고가 어렵다”며 “그러나 법적으로는 신고자를 밝힐 수 없도록 되어 있으니 아동학대 관련 기관에 꼭 신고를 해야 사각지대가 해소된다”고 덧붙였다.

산모도우미 A씨도 현재 맡고 있는 가정에서 아동학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 몸에 특별한 상흔이 없고, 아이가 아직 어려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그 집엔 아이가 두 명이다. 첫째는 조부모와, 둘째는 부모와 살고 있다”며 “첫째 아이가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여러 이유로 신고를 못하고 있다. 직업상 가정사의 비밀을 유지할 의무가 있고, 내 직업이기도 하고, 상처는 안 보이는데 아이 행동은 이상하고. 또 어떻게 된 일인지도 모르는데 나서도 될 일인가 싶다”고 토로했다. 

현재 상황은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돼도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아동은 원가정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학대의 흔적을 찾지 못하면 아이는 학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되면 조사가 들어간다. 학대 행위자가 부모면 정당한 사유가 있을 시 부모와 분리해 아동을 보호한다”며 “여기서 정당한 사유는 상흔이나 가정환경 등 가정 안에서 보호받을 수 없을 거라 판단되는 경우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원가정에서 지낼 수밖에 없지만, 그러더라도 보호기관이 지속적으로 방문관리를 실시한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다만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필요한데, 전국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62개소밖에 없다. 한 기관당 5~6개 시군구를 관할하니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도 적어지는 것”이라며 “아동학대 상담원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기관 증설과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