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쓸쓸해”…몸보다 마음이 더 추운 쪽방촌 사람들

“외롭고 쓸쓸해”…몸보다 마음이 더 추운 쪽방촌 사람들

기사승인 2019-01-17 03:00:00

“8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아들네를 전전하다 결국 여기에 오게 됐어요”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서 지난 15일 만난 정모(76·여)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정씨가 쪽방촌에서 살기 시작한 지 어느새 8년. 그가 마지막으로 아들 내외를 본 것은 6개월 전이다. 정씨는 “아들 내외가 바빠 자주 만나지 못한다”며 “전화로 가끔 안부를 묻는 정도”라고 전했다. “손주들 목소리를 들은 지 오래됐다”는 정씨의 말에 쓸쓸함이 묻어났다. 

아침 저녁으로 영하를 웃도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숨만 내쉬어도 하얀 입김이 나오는 겨울. 쪽방촌 주민들은 온수도 나오지 않는 노후된 건물에서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그러나 추위 보다도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따로있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단절됐다는 소외감이다.

겨울철에는 간간이 지속되던 주민들간의 소통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다. 거주민 평균 나이대는 50~70대. 혹여라도 빙판에 넘어져 다칠까 봐 주민들은 밖에 나가지 않고 1.5평 남짓한 방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정씨의 경우, 가을까지만 해도 동네를 돌아다니며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러나 추위가 심해지며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정씨는 방안에 수북이 쌓인 약을 가리키며 “무거운 물건을 들다 허리를 다쳤다”며 “이후 집에서 나가는 게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살을 에는 추위와 빙판이 무서워 요즘에는 방안에만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얇은 벽 하나만 사이에 둔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20년째 영등포구 쪽방촌에 살고 있다는 최모(50)씨는 일용직 노동자다. 그에게 집은 ‘잠만 자는 곳’이다. 최씨는 “아랫집과 옆집에 누가 사는지 전혀 모른다”며 “이 일대에 사는 사람 중 일용직 노동자가 많다. 아마 다들 나와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연락할 가족조차 없다. 혼자 산 지 오래됐지만 최씨는 지금도 명절이 다가오면 외롭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혼자 쪽방촌에서 살던 거주자가 사망한 후에야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지난해 6월 영등포구 쪽방촌에서는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 이 남성이 발견된 지 1시간이 뒤, 불과 30m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시신이 발견됐다.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이광우 시립영등포쪽방상담소 행정실장은 “거주자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자주 찾아온다”며 “혼자 사는 이들이 많다 보니 건강에 대한 걱정과 외로움을 토로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사회복지 전문가는 쪽방 거주자에 대한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윤영 성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생활 물품에 관한 지원 못지않게 이들의 심리상태에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며 “쪽방촌에서 혼자 생활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황폐해지기 쉽다. 이들이 사회로부터 단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심리 치료도 동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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