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보훈병원이 최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판독했을 때에만 지급하는 판독료 가산금을 부당청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규모는 단순방사선촬영(X-ray)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을 합치면 5년간 약 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사건을 선제적으로 파악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중앙보훈병원, 병원을 관리·감독해야하는 보훈복지의료공단 모두의 이해관계가 어울려 사건은 축소되고, 국민의 세금과 건강보험재정이 부당하게 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쿠키뉴스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7월31일부터 8월2일까지 3일간 현지조사를 벌인 결과 2014년 11월 1일부터 2017년 11월 30일까지 37개월간 중앙보훈병원의 X-ray와 CT, MRI 촬영에 대한 전체 미판독율은 촬영건수의 35%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X-ray는 해당기간동안 93만6530건을 촬영했고, 이 가운데 43%인 40만4431건이 판독되지 않았다. CT는 총 12만164건 중 5%인 5351건이, MRI는 10만4717건 중 2%인 1746건이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 없이 청구가 됐던 셈이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중앙보훈병원으로부터 환수한 부당청구금액은 1억여원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 서울지부 관계자는 “37개월치 단순영상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면서도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사안이기에 구체적인 금액과 환수내역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차치하고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37개월간 X-ray 촬영 후 전문의의 판독이 이뤄지지 않은 43%에 대한 금액이 1억원 가량이라는 말이 된다. 보훈병원의 환자 중 건강보험 대상이 20%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병원의 3년치 단순영상검사 부당청구금액만 약 5억원에 이른다.
이게 전부일까. 보훈병원 소속 제보자 A씨는 5년치 부당청구금액은 20억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고 했다. CT와 MRI의 영상판독료 가산금 부당청구금액을 합하고, 기준도 없는 3년이 아닌 그 이상의 기간을 환수대상에 포함시킨다면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그는 병원에서 건보공단의 현지조사가 이뤄진 후 영상의학과 미판독건 해소 및 요양급여비용 청구 적정성 향상을 위해 내놓은 대안이 담긴 내부자료를 공개했다. 여기에 따르면 병원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부족 ▲타 병원 대비 2배에 달하는 검사건수 ▲미판독율의 지속적인 누적 ▲2018년 미판독률 24%를 적용해 연간 8억2000만원 가량을 외주비용으로 책정했다.
이는 CT와 MRI 촬영건수 연 1만9164건에 따른 금액 4억7910만원과 단순영상촬영건수 연 24만3072건과 이를 외주화 했을 때 소요되는 금액 3억4030만1000원을 더한 금액이다. 병원은 “장기적으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2명 채용하고, 단기적 대안으로 외부판독을 확대해 판독대기를 해소할 방침”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이를 영상검사 시 판독소견서를 작성해 비치했을 경우 촬영료 70%와 판독료 30%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판독을 했을 경우 가산 10%를 책정해 지급한다는 보건복지부 고시를 근거로 병원의 영상판독 가산금 부당청구 규모를 역산하면, 연간 약 4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나온다. 3년치만 12억원, 5년치면 2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제보자의 말대로다.
이와 관련 A씨는 “이마저도 단순하게 판독지에 아무런 말도 기입되지 않은 공란일 경우만을 확인한 것”이라며 “일부 영상판독지를 보면 ‘영상을 찍었다’ 등의 내용만이 기입된, 판독이 됐다고 보기 힘든 내용들이 허다하다. 이를 합치면 40억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고 국민의 세금과 건강보험 재정누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병원 소속 제보자 B씨는 “영상의학과 내에서는 양봉민 보훈공단 이사장과 이정열 병원장 간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면서 “40억원에 달하는 환수금액을 5억원으로 탕감하고 일련의 과정이 시끄럽지 않게 조용히 처리하라는 뒷거래가 있었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통탄했다.
이에 추산내용과 제기된 의혹 등을 바탕으로 건보공단과 보훈복지의료공단에 사실여부를 따져 물었다. 하지만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건보공단은 왜 3년치를 그것도 X-ray에 대해서만 환수결정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다만, “근로복지공단과 정보공유과정에서 해외로 출국한 직장인의 국내 진료기록이 파악돼 유사사례 조사차원에서 중앙보훈병원 자료를 확인하던 중 X-ray 가산금 부당청구현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3일간 제한된 인력으로 모든 영상판독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했을 뿐이다.
심지어 보훈복지의료공단은 “전산 상 환수조치가 완료됐다. 정확한 환수결정 금액이나 내역은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다. 이어 환수처리과정에 대한 질문에도 “보훈병원이 진료비를 청구하면 지급해야할 금액에서 부당청구분을 제외하고 지급하도록 전산에서 처리된다”며 즉시 환수가 아닌 추후 청구분에 대한 차감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환수에 수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중앙보훈병원 김봉석 부원장은 일련의 문제에 대해 “환수 건에 대해 보고는 받았다. 현재 외부판독을 맡기며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환수금액이나 내역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사안을 담당한 정영진 기조실장을 통해 입장 등을 듣고자 했으나 “확인 후 답 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잠적해 답을 듣지는 못했다.
한편, 보훈공단 소속 C씨는 “보훈병원에서 사용하는 EMR 시스템과 청구프로그램이 영상검사가 이뤄지면 자동으로 영상판독료를 청구하도록 짜여져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중앙병원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보훈병원 전반에서 부당청구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관리·감독해야할 보훈공단은 감사는커녕 환수를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