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사는 손별이씨는 지난 26일 서울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룹 워너원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다. 짐을 풀 새도 없이 공연장으로 향했다. 주변을 걷다 보니 절로 눈물이 났다. 이날 서울 경인로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손씨는 “20대의 한 페이지를 아름답게 장식해준 워너원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시작한 워너원의 콘서트 ‘데어포’(Therefor)가 27일 막을 내린다. 2017년 8월 데뷔해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워너원은 이번 콘서트를 끝으로 각자의 길을 걷는다. 공연이 열린 고척스카이돔은 워너원과 워너블(워너원 팬덤)에겐 더욱 의미 있는 곳이다. 워너원의 데뷔 쇼콘이 열린 장소이기 때문이다. 최대 2만 5000여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인데도 4일 치 공연 티켓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동이 났다.
손씨는 티켓을 손에 넣고도 공연을 보러 가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한다. “(공연을 보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였다. 손씨는 “그래도 고마운 멤버들에게 보답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친구인 정윤정씨는 지난 25일 공연을 봤다. 정씨 역시 “(아쉬움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고민했지만, 공연을 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는 마음에 공연장으로 향했다. 손씨는 워너원 멤버 중 하성운을, 정씨는 황민현을 가장 좋아한다.
공연장 인근은 이른 시간부터 관객들로 북적였다. 일본과 중국 팬은 물론, 히잡을 쓴 아랍권 국가의 팬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팬들은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멤버들을 응원했다. 멤버들의 모습을 본뜬 인형과 얼굴을 크게 새겨 넣은 담요, 이름을 적은 플래카드를 손에 쥐거나 몸에 둘렀다. 기념상품도 불티나게 팔렸다. 보온병과 데코백, 랜야드는 일찍부터 ‘완판’됐다.
상품 판매대 근처에서 만난 김경언씨는 공연 관람을 앞둔 기분을 묻자 “많이 아쉽다”고 했다. 김씨는 네 번의 공연을 모두 보는 ‘위너’다. 그는 “직접 티켓을 예매했다”며 웃었다. 배진영을 좋아하는 김씨는 “워너원이 아니었다면 내가 좋아하는 멤버를 평생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른다”며 팬심을 드러냈다.
높은 인기 때문에 워너원의 콘서트는 암표상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온라인 중고사이트에선 10~12만원 선인 이번 콘서트 표가 수십만원에 거래됐다. 많게는 1000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암표상들이 나오면서, 암표 거래 방지와 처벌에 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암표상들은 공연장 주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간신히 취소표를 구했다는 한 팬은 “온라인에서 양도표를 구하느라 눈이 나빠졌을 정도”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공연장 근처에서 밖으로 새어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안에서 관객들의 환호가 들릴 때마다 밖에 선 팬들은 애를 태웠다. 공연장 안을 투시라도 한 건지, 곳곳에선 “안 돼” “오 마이 갓” 하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워너원과 워너블의 ‘화력’은 인근에 있는 먹자골목의 풍경도 바꿔놨다. 골목에 있는 가게마다 워너원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편의점에 들어갔더니, 진열대마다 워너원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몸을 녹여줄 따뜻한 문구점은 망원경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고, 빵집이나 노래방에선 돈을 받고 관객들의 짐을 보관해주기도 했다. 근처에 있는 안양천은 기념품을 나누거나 포토카드를 교환하는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Mnet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결성된 워너원은 1년 6개월 동안 활동하며 다섯 장의 음반을 냈다. ‘에너제틱’(Energetic), ‘뷰티풀’(Beautiful), ‘부메랑’, ‘켜줘’, ‘봄바람’ 등 활동하는 노래마다 각종 차트를 휩쓸었다. 워너원이 활동하는 동안 받은 상은 음악 방송과 시상식 등을 포함하면 100개를 넘는다. 해외 팬들의 성원도 뜨거워, 지난해 6월부터 3개월 동안 ‘원: 더 월드’(ONE : THE WORLD)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 14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공연을 마친 뒤 멤버들은 각자의 소속사로 돌아가 재데뷔를 준비한다. 윤지성은 다음달 22일 개막하는 뮤지컬 ‘그날들’에 무영 역으로 출연한다. 하성운은 내달 솔로 음반을 내고, 박지훈은 단독 팬미팅을 연다. 옹성우는 JTBC 새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에 캐스팅돼 배우로 첫발을 뗀다. 강다니엘은 오는 4월 데뷔를 목표로 솔로 음반을 준비 중이다. 나머지 멤버들도 솔로 혹은 팀으로 다시 팬들을 만날 계획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