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설날을 앞두고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않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제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을 두고 사회적 갈등이 커지는 추세다. 또한 한국은행 등 주요 경제기관에서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도 밝지 않다.
이처럼 민생경제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정치권도 어두운 소식들로 가득하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에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막말 등으로 민심이 문재인 정부에서 멀어지고 있다.
더욱이 2017년 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드루킹 여론조작으로 법정구속되면서 여야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심 재판에서 위력에 의한 수행비서 성폭행으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주요 차기 대선주자들이 구치소에서 박근혜·이명박 등 전직 대통령들과 함께 설날을 맞게 된 셈이다.
다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1%대 초저금리 특별대출 지원, 일자리창출 예산 조기 집행 등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져올 한반도 평화체제 안착은 잃어버렸던 서민들의 미소를 되찾게 하고 있다.
◇최악 경기 침체 속 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시행 논란
지난해 고용지표는 최근 몇년간 최악을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증가는 9만7000명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7년 연간 취업자 증가가 31만60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21만9000명이 감소한 것.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지난해 연간 실업자는 107만3000명으로 통계 기준을 바꾼 이래 연도별 비교가 가능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실업률은 3.8%로 전년 대비 0.1%p 올랐고, 고용률은 60.7%로 0.1%p 낮아졌다.
이뿐 아니라 실업률에 잡히지 않는 구직단념자(취업포기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구직단념자는 52만4000명으로 1년전보다 4만3000명 증가했다. 통계 기준이 변경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고용지표에 이어 주요 경제기관에서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도 어둡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6%로 낮췄다. 올해 성장률은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한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도 올해 한국 경제가 2%대 중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은 2.6%, 한국경제연구원은 2.5%, 국제통화기금(IMF)은 2.6% 성장에 그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폭로·막말, 문 대통령 지지 기반 흔들
김태우 전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 신재민 전 사무관의 적자국채 발행 의혹 등 지난해 12월부터 거듭된 현 정부관련 폭로는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브레인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서 “청년들과 50~60대를 향해 ‘헬조선’이라 얘기하지 말고 아세안에 가라”며 “은퇴하시고 산에 가지말고 SNS에 악플도 달지말라”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그는 사표를 내고 청와대를 떠났다.
이같은 악재가 이어지면서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0%대에 그치고 있다. 여당 지지율도 30%대에 머물지 못하고 있다.
최근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6.4%,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38.4%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은 설날을 며칠 앞둔 지난 1일까지도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법정구속을 두고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앞서 법원은 김 전 지사에 대해 드루킹과 함께 지난 대선 당시 여론조작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 17대 대선 당시 김 전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것은 문제 삼아 청와대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여론조작이 드러난 만큼 지난 대선의 결과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법원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보수 야당의 ‘대선 불복’ 프레임에 격한 어조로 ‘촛불 민심 부정’이라며 경고를 보냈다. 청와대의 경우 별다른 논평 없이 “최종 판결까지 차분하게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구치소에서 설 맞는 거물급 정치인
지난 1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심 재판에서 위력에 의한 수행비서 성폭행으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전날 2년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지사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여권 대선주자로 불렸던 주요 인사가 감옥에서 설날을 맞이하게 됐다.
앞서 국정농단, 뇌물수수 및 횡령 등으로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도 각각 서울구치소와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민족 대명절을 보낸다.
이들은 설날 당일인 5일 아침,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떡국을 먹으며 새해를 열게 된다. 다만 설날 당일 면회는 가능해 가족과 시간을 낼 수도 있다.
◇서민 지원·한반도 평화 등 설 앞두고 날라온 반가운 소식
이처럼 우울한 소식이 가득했지만, 설날을 앞두고 국내외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우선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1%대 초저금리 특별대출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최장 3년까지 기준금리로 대출을 지원한다. 총 지원규모는 1조8000억원이다. 지원대상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재단중앙회로부터 보증서를 발급받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창업 7년 이내의 창업기업이다. 업체당 최대 2억 원까지 지원된다.
이같은 대출지원 소식은 설날을 앞둔 서민들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정부 발표 다음날인 지난 1일 기업은행에는 초저금리 대출 문의가 하루 종일 성황을 이렀다.
기업은행 본점 영업부 한 직원은 “(상품 출시 소식을 듣고) 고객들이 잘 찾아온다. 우선 초 저금리라서 만족해 하는 것 같다”면서 “출시 전부터 문의도 많았다. 문의가 올 때마다 필요한 서류 등을 상담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외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날라왔다. 그동안 교착상태를 보였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중순 김영철 북한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해받은 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2월말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북한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스웨덴에서 2차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당시 협상에서는 북한 비핵과 추진 전략, 종전선언 등 정상회담 의제와 구체적인 일정 및 장소에 대한 사항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실무협상 결과를 가지고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3일 방한했다. 그는 4일 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전략을 한미간 조율을 거쳐, 5일쯤 판문점에 북측을 만나 실무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2차 북미정상회담은 이달 26일과 27일쯤 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상회담 장소로는 베트남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