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되면 우리 선조들은 널뛰기,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를 즐겼다. 농사를 시작하기 전 한 해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였다. 최근 민속놀이는 현대인들에게 재미와 함께 명절의 세시풍속을 경험하는 활동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특히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한복체험을 비롯해 민속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TV 등을 통해 방영되며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 때문인지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전국 주요 관광지나 쇼핑몰 등지에서 다양한 민속놀이 행사가 열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전통 민속놀이문화 확산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민속놀이에 몰입하게 될 경우 근골격계 부상을 입을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근육과 관절이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들의 경우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설날 민속놀이를 안전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 ‘제기차기’, 외발보다 양발로 차야
간단하고 쉽게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은 민속놀이인 제기차기는 고관절과 허벅지, 무릎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하체 발달에 좋은 운동이다. 그러나 제기를 차올릴 때마다 고관절을 크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과도한 제기차기는 고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고관절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고관절의 덮개 부분인 비구와 넓적다리뼈가 서로 부딪혀 염증이 발생한다. 이러한 질환을 ‘고관절 충돌증후군’이라고 한다. 고관절 충돌증후군의 주요 증상은 엉덩이와 허벅지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통증과 뻐근함이다. 고관절 충돌증후군을 방치하면 통증이 점차 심해지다가 고관절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고관절 충돌증후군 치료를 위해 한방에서는 먼저 추나요법을 통해 고관절의 구조를 바로잡고 주변 근육을 이완시켜 기혈 순환을 활발히 해준다. 여기에 염증을 가라앉히고 근육, 인대를 강화하는 약침과 한약 처방을 통해 근본적인 재발 위험성을 줄인다. 추나요법은 오는 3월 건강보험이 적용돼 근골격계 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대폭 줄여줄 전망이다.
자생한방병원 김노현 원장은 “보통 한쪽 발로만 제기를 차는 경우가 많은데 양쪽 발을 자주 번갈아 가며 사용해 고관절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좋다”며 “고관절 충돌증후군 예방을 위해서는 과도한 고관절 사용에 주의하고 양반다리를 하거나 다리를 꼬는 등 고관절에 부담을 주는 자세를 되도록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널뛰기’, 뛸 때 착지할 때 주의해야
널뛰기도 대표적인 설날 민속놀이 중 하나다. 앉아서 즐기는 시소와 달리 널뛰기는 두 사람이 서서 교대로 뛰어올라야 하기 때문에 균형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 달리 말하면 상대방의 무게에 밀려 공중으로 몸이 솟구치기에 충격을 받을 수 있고, 균형을 잃기도 쉽다.
실제 널뛰기를 하다 중심을 잃을 경우 널에서 떨어질 수도 있고, 발을 헛디뎌 발목을 삐끗하기도 한다. 착지할 때면 몸이 지면과 맞닿는 충격이 무릎으로 고스란히 전달돼 주변 인대와 근육이 손상돼 염좌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
따라서 널뛰기를 할 때는 무릎을 살짝 굽혀 관절 부담을 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굽이 딱딱한 구두보다는 완충 기능이 있는 운동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염좌가 발생했다면 관절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냉찜질을 통해 염증의 붓기와 열감을 완화시켜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염증이 해소된 이후 온찜질을 해주면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손상된 인대와 근육의 회복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
◇ ‘팽이치기’, 무리한 어깨동작 피해야
겨울철 민속놀이로 팽이치기를 빠트릴 수는 없다. 누가 오랫동안 팽이를 돌리는지를 겨루는 방식부터 팽이끼리 충돌시켜 살아남는 경쟁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팽이치기는 무엇보다 팽이의 회전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손목 스냅과 팔을 휘두르는 방법, 타이밍이 중요하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팽이에 힘을 가해야 하기 때문에 몸을 돌보지 않으면 어깨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는 점이다. 동일한 방향으로 계속 팽이를 때려야 하는 만큼 팽이채를 잡은 쪽의 어깨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숙련도가 낮을수록 팽이에 필요 이상의 힘을 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대표적으로 ‘회전근개파열’이 발생할 수 있다. 회전근개파열은 어깨 관절의 과도한 움직임으로 주변 근육들이 부풀어 오르거나 끊어지며 어깨에 통증을 발생시키는 질환을 말한다. 팔을 앞뒤로 들 때보다 옆으로 들 때 통증이 커지는 것이 특징이다.
한방에서는 증세가 심하지 않은 회전근개파열의 경우 침 치료, 관절운동 등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 그러나 심한 경우 외과적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회전근개파열 같은 어깨 근골격계 질환은 치료가 끝나더라고 재발할 가능성이 있어 꾸준한 재활과 관리가 필수다.
김 원장은 “설날 민속놀이를 즐기다 일어날 수 있는 근골격계 부상은 충분한 준비운동만으로도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다”며 “5일 간의 설 연휴를 보내는 동안 건강에 항상 유의하고 만약 부상을 입었을 경우엔 악화되기 전에 전문가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김 원장은 대부분의 민속놀이가 야외활동인 만큼 ‘삼한사미(3일은 추위, 4일은 미세먼지)’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극성인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도라지, 구기자 등의 한방차가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했다.
실제 도라지는 사포닌과 이눌린 성분이 많아 기관지 점막을 튼튼하게 해줘 기관지염과 목감기에 효과를 볼 수 있으며, 구기자와 녹차에 함유된 탄닌 성분은 항산화 작용뿐만 아니라 수은, 납, 카드뮴 등 중금속을 체외로 배출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