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의 소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올해 설 선물세트 판매에도 그 영향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100만원 이상의 한우 세트, 프리미엄 홍삼 세트가 큰 인기를 끈 와중에, 한쪽에선 실속을 내세운 10만원 이하의 선물에 소비자가 몰리며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7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4일까지 25일간 진행한 설 선물세트 본 판매 실적은 지난해 대비 4.6% 신장했다.
가장 많이 팔린 상품군은 건강 상품으로 전체 매출의 29.3%를 차지했다. 특히 홍삼 선물세트가 건강상품군 매출의 무려 68%를 차지해 전년 대비 약 30% 신장했다. 특히 휴대가 편한 스틱형 홍삼은 20·30세대의 큰 인기를 얻어 지난해보다 약 23% 더 팔렸다.
정육, 갈비 등 축산 상품군은 24.8%를 차지해 두 번째로 많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30만원 이상의 갈비 선물세트가 전년과 비교해 10.5% 신장했다.
100만원이 넘는 선물세트도 불황이란 말을 무색하게 할 만큼 판매 호조를 띠었다.
1++등급 한우 가운데서도 최상위 등급의 등심·안심·살치살 등으로 구성된 135만원짜리 'L-No.9' 세트는 지난해 설·추석에 이어 올해도 완판 됐다. 250만원에 판매된 ‘영광 법성포 굴비세트 황제(굴비 10미, 2.7kg)’는 20세트가, 90만원에 선보인 호주산 와인 선물세트 ‘LT 울프블라스 플래티넘 블랙’은 80세트가 팔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 설에는 고객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한우, 홍삼세트 뿐 아니라 돈육, 와인세트 등 황금돼지해를 기념할 수 있는 상품들도 판매 호조를 보였다”면서 “특히 프리미엄 선물세트의 경우 매년 호조세를 보여 그 품목을 다양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된 설 선물세트 판매 실적이 지난해보다 4.3% 신장했다고 밝혔다.
부문별로는 정육 6.3%, 청과 8.2%, 수산 2.1%, 자연송이 13.6% 등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30만원 이상 프리미엄 상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성장했다"고 밝혔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현대명품한우 프리미엄 세트'는 준비된 100개 세트가 다 팔렸고, 시중 가격보다 10∼15% 비싼 '봄굴비 선물세트'도 1천600세트 모두 완판 됐다. 현대백화점은 "건강 상품군 매출도 지난해보다 5.9% 늘었다"며 "홍삼 선물세트는 지난해 설보다 2000 세트 가량 더 팔렸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선물의 강세 속에서도 한쪽에서는 10만원 이하의 실속형 선물세트에 소비자가 몰렸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올해 설 선물세트 매출이 예약판매를 포함해 전년대비 5% 신장률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전체 매출의 48%가 10만원 이하 가격대의 선물세트에서 나왔다. 이어 20만원대 선물세트가 전년대비 매출이 34% 신장하면서 가장 높은 신장률을 나타냈다.
품목별로 보면 야채 5%, 청과 13%, 정육 9%, 생선 11%, 건강 7%, 주류 12% 순이었다. 선물세트 테마별로는 지난해 추석에 첫 선을 보인 ‘셀프기프팅 선물세트’가 1인가구 수요와 맞물리면서 지난해 추석 대비 50% 신장했다. 아울러 가정간편식(HMR) 선물세트는 전년대비 20% 올랐으며 반려동물 선물세트 역시 지난 추석 대비 15% 신장했다.
업계 전반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선물세트 구성을 늘리고, 높은 가격대의 제품도 소포장해 가격대를 낮춘 것도 이 같은 소비 현상에 영향을 줬다. 업계는 앞으로도 포장과 구성을 최적화한 실속형 선물을 선보이면서도 고가 선물 라인업은 강화하는 ‘투 트랙’ 판매 전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명절 선물 트렌드를 보면 양극화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불황으로 저가의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반대로 초고가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어 선물세트의 가격대 역시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