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해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과 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의 추도사 등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국종 교수는 "저희가 도입하는 응급의료 헬리콥터에 선생님의 존함을 새기고 비행복을 항시 준비하겠습니다"라고 추도했다. 이 교수는 아주대병원에 배정돼 머지않아 운행을 시작할 닥터헬기가 윤 센터장과 함께할 것이라며 "선생님이 타 기체(헬기)와 혼동하시지 않도록 기체 표면에는 선생님의 존함과 함께 콜 사인(Call sign)인 'Atlas'를 크게 박아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윤 센터장을 그리스 신화의 아틀라스에 비유했다. "아틀라스가 지구의 서쪽 끝에서 손과 머리로 하늘을 떠받치면서 본인에게 형벌과도 같은 상황을 견디고 있는 덕분에 우리가 하늘 아래 살고 있듯 윤 센터장이 한국의 응급의료를 떠받쳐왔다"는 이 교수는 "선생님은 20년간 의료계뿐 아니라 이 사회 전체의 가장 어렵고 가늠하기조차 불가능한 중과부적의 현실에 정면으로 부딪쳐 왔습니다. 응급의료의 현실이 견딜 수 없이 절망적임을 인지하면서도, 개선의 노력조차 무의미하다는 버려진 섹터를 짊어지고 끌고 나아가야만 한다는 실질적인 자신의 운명과 그럼에도 이 방치된 섹터를 무의미한 채로 남겨놓을 수는 없다는 선생님의 정의를 추구하는 사명감을 화력으로 삼아 본인 스스로를 태워 산화시켰습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교수는 "의료계 내부로부터의 반발과 국내 정치상황이 변할 때 마다 불어오는 정책적 뒤틀림 사이에서 선생님의 버퍼(buffer·완충력)는 끊임없이 소진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든 국가든 진정한 내공은 위기 때 발현되기 마련입니다.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않는 법이다'라는 세간의 진리를 무시하고 오히려 물러설 자리가 없는 사지로 뛰어들어서는 피투성이 싸움을 하면서도 다시 모든 것을 명료하게 정리해 내는 선생님께 저는 항상 경외감을 느껴 왔습니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이제 육상근무의 시름은 잠시 접어 두시고 그동안 시간이 없어 못 날리시던 무선조종 기체들을 조종하시면서 비행 감각을 유지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잠시만 편히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저희가 곧 비행해 올라가면 많이 바빠지실 겁니다. 창공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유족들은 윤 센터장의 영정을 들고 고인이 근무했던 병원 행정동을 한 바퀴 돈 뒤 경기도 포천의 장지로 향했다.
국내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한 故 윤한덕 센터장은 설 연휴 근무 중이던 지난 4일 자신의 병원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정부는 윤 센터장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