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망원인 3위, 세계 사망원인 1위인 심혈관질환의 밝혀지지 않은 20%의 원인 중 하나로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13종의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지목됐다. 심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인 흡연과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가 없어도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강북삼성병원 주은정, 장유수, 유승호 교수팀이 HPV 검사를 받은 30세 이상의 건강한 여성 6만3411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13개 바이러스 감염 유무가 심혈관질환 발생여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에 따르면 100여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 HPV 중 자궁경부암을 유발한다고 추정되는 13가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1.25배 높았다. 더구나 이들이 비만일 경우 1.7배, 대사증후군일 경우 2배 가까이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주은정 감염내과 교수는 HPV는 일반적으로 자궁경부에만 존재해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면역력 이상이나 대사증후군 등으로 HPV가 혈액 내로 침투하게 될 경우 침투한 HPV가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장유수 교수는 “국내 여성의 10% 내외가 13가지 HPV에 감염된 고위험군”이라며 “고위험 HPV 감염상태에서 비만 또는 대사증후군이 생기면 심혈관 발생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비만하거나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고위험 HPV 감염여부와 비만 혹은 대사증후군이 심혈관질환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결과는 최근 발행된 미국 심장학회지 ‘서큘레이션 리서치(Circulation Research)’에 게재됐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