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영리병원 허가를 둘러싼 비판여론이 제주도와 원희룡 도지사를 넘어 청와대와 문재인 정부로 확산됐다.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 500여명은 11일, ‘제주영리병원 철회와 의료영리화 저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의 이름으로 청와대 앞에 모였다.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허가받은 제주녹지병원의 허가철회 후 공공병원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범국본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평화의 섬 제주에 건강보험을 파괴하고 의료비 폭등을 불러올 대한민국 1호 영리병원 개원이라는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며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민의를 무시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독단에 의료민영화의 빗장이 풀리려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의 영리병원 및 의료민영화 반대 공약 이행을 위한 제주녹지병원 승인철회 ▲영리병원으로 인한 갈등과 위험을 해소하고 공공의료 강화라는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공공병원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나아가 ▲영리병원을 향한 거대자본과 재벌의 시도를 원천적으로 막을 제주자치도특별법 및 경제자유구역법 전면개정 ▲제주 영리병원의 졸속 승인 및 부실 허가과정에 대한 진상조사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및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책임자 처벌도 요구했다.
이들은 “국민의 70%가 영리병원 설립에 반대하고 있다”며 최근까지 진행한 100만 국민서명운동의 결과를 공개하며 문재인 정부를 향한 집중선전전을 비롯해 총력투쟁에 나설 뜻도 피력했다. 더 이상 책임을 떠넘긴 채 관망하지 말고, 정부가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하려는 의도다.
박석운 범국본 상임공동대표는 “촛불정부에서는 다시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영리병원이니 의료기기 규제완화를 얘기하고 있다”며 “진주의료원 재개원 투쟁에서의 치열함을 이어받아 영리병원 저지투쟁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박 대표는 “제주 국제녹지병원의 비영리 공공병원 전환은 제주도민을 비롯한 국민의 전폭적인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정부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 또한 “국토부와 보건복지부의 의지가 있었다면 (공공병원으로의) 인수가 가능했다”며 정부의 의지가 사태를 해결할 중요한 열쇠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오늘 의료영리화 반대투쟁의 역사를 이어 제주 영리병원을 반드시 저지하라는 뜻을 받들겠다”는 말과 함께 삭발을 단행해 시민사회의 의지를 청와대에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나 위원장은 “제주 녹지국제병원은 박근혜 정부의 적폐로, 정부가 책임을 지고 철회하는 것이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개원이 어렵다지만 또 다시 뒤통수를 맞을 수는 없다. 청와대가 영리병원을 철회하고 공공병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범국본은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제주 영리병원 철회 및 공공병원 전환을 위한 요구사항을 내걸고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또한, 전국 각지에 현수막을 내거는가 하면, 지하철역 1인 시위 등 대국민 홍보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