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율 크게 줄었지만…女 75% “낙태법 개정해야”

낙태율 크게 줄었지만…女 75% “낙태법 개정해야”

만 15~44세 여성 1000명 대산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발표

기사승인 2019-02-14 15:00:00

지난 10년간 낙태 건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피임실천율이 늘고, 가임기 여성수가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낙태=불법’ 논란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다수 여성은 낙태법 개정에 찬성하며 동시에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을 위탁받아 진행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그 결과, 2017년 만 15세 이상 44세 이하 여성의 인공임신중절 시행 건수는 약 5만건으로 추정된다. 만 15~44세 여성 1000명당 인공임신중절률은 4.8%(4만9764건)로, 2005년 첫 실태조사 이후 감소 추세이다. 2005년 당시에는 29.8%(32만2433건), 2010년은 15.8%(16만 8738건)였다.

인공임신중절률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피임실천율 및 응급(사후)피임약 처방 건수 증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 피임을 하지 않는 비율은 2011년 19.7%에서 2018년 7.3%로 절반 이상 줄었다. 콘돔 사용은 2011년 37.5%에서 2018년 74.2%로 (36.7%p 증가했고, 경구피임약 복용율도 같은 기간 7.4%에서 18.9%로 11.5%p 늘었다. 청소년 성경험자 피임실천율도 2014년 43.6%에서 2016년 51.9%로 증가했다.

만 15~44세 여성 수의 지속적 감소 등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조사 대상이 되는 연령대의 여성 수는 2010년 1123만1003명에서 2017년 1027만9045명으로 8.5% 감소했다.

현행법상 불법인 인공임신중절의 민감성 및 특수성으로 인해 과소추정의 가능성도 있다. 연구를 담당한 이소영 인구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특히 최근 몇 년 간 낙태죄에 대한 이슈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대상자들이 임신중절 사실을 숨겼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과 임신중절 허용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 개정 필요성은 높게 조사됐다. 조사 대상 여성 1만명 중 낙태를 죄로 규정한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성은 75.4%였다.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복수응답)는 ▲‘인공임신중절 시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에(66.2%)’ ▲‘인공임신중절의 불법성이 여성을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시키기 때문에(65.5%)’ ▲‘자녀 출산 여부는 기본적으로 개인(혹은 개별가족)의 선택이기 때문에(62.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범위를 다룬 ‘모자보건법’ 제14조 및 시행령 제15조 개정에 대해서는 48.9%가 ‘개정 필요’, 40.4%는 ‘잘 모름’, 10.7%는 ‘개정 불필요’ 등으로 응답했다.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여성을 대상으로 사유별 허용정도를 조사한 결과, ‘모체의 생명 위협’, ‘모체의 신체적 건강보호’, ‘모체의 정신적 건강보호’, ‘태아 이상 또는 기형’, ‘강간 또는 근친상간’, ‘파트너와의 관계 불안(이별, 별거, 이혼 등)’, ‘미성년자, 본인 요청’에 대해서는 “임신주수와 상관없이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조절 등)과 경제적 이유(양육이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제상태)에 대해서는 ‘임신주수를 고려하여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각각 50.1%, 45.0%로 높게 집계됐다.

낙태를 경험한 여성은 국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원하지 않는 임신 예방을 위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을 가장 많이 꼽았다.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공동책임의식 강화(27.1%)’,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23.4%)’ 등의 정책 욕구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인공임신중절 전후 의료적 상담은 97.5%의 응답자가 필요하다고 했으며, 의료상담 이외에 심리·정서적 상담에 대해서는 97.7%의 응답자가, 그리고 출산·양육에 관한 정부의 지원 정책과 관련된 상담의 경우 96.7%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소영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는 2011년 실태조사 이후 7년 만에 실시된 조사로,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여성의 관련 경험 이해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조사 결과 도출된 여성의 정책 욕구를 반영해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 공동책임의식 강화, 원하지 않는 임신 예방을 위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 인공임신중절과 관련된 체계적인 상담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 나아가 산부인과에 대한 접근성은 여성의 성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조기의 산부인과 이용 증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