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드레스 차림의 여자가 레스토랑으로 걸어 들어간다. 여자의 테이블에 올려진 쟁반 안에서 신비로운 빛이 흘러나온다. 뚜껑을 들어 올리자 여자의 옷차림이 붉게 변한다. 여자를 향한 남자들의 시선도 뜨거워진다. 그들을 둘러보는 여자의 표정이 도도하다. 가수 효민이 오는 20일 오후 6시 내는 세 번째 미니음반 ‘얼루어’(Allure) 타이틀곡 ‘입꼬리’의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이다.
이날 서울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효민은 “노래의 주인공은 자신감이 넘치고 많은 사람들의 워너비로 꼽히는 인물인데, 내가 이입해서 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작업하며 이런 걱정을 떨쳐냈다. “100% 완벽하진 못해도 조금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입꼬리’는 힙합 프로듀서 라이머와 그룹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갓세븐 등과 작업했던 이어어택(earattack)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나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지게 하겠다’는 메시지를 밝고 도발적인 콘셉트로 표현했다. 효민은 이 콘셉트로 ‘절제된 자유로움’이라고 설명했다. 노래의 분위기는 자유롭고 발랄하지만 표현은 절제하려고 했다고 한다.
효민은 “‘입꼬리’의 뮤직비디오에 최면과 관련된 이미지를 많이 넣었다”고 귀띔했다. ‘입꼬리만 살짝 올려도 기분이 들뜬다’는 ‘입꼬리’의 가사 내용이 자신과 유혹 대상 모두에 대한 최면이라고 생각해서다. 효민은 “입꼬리를 올리는 게 미소를 머금은 표정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자신감 있고 당당한 태도를 표현하는 장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노란색을 주제로 한 ‘망고’(Mango), 에메랄드 콘셉트의 ‘으음으음’을 발표했던 효민은 이번엔 붉은 색을 테마로 내세웠다. 붉은 색이 주는 매혹적인 분위기는 가져가되 위트를 가미했다. 그가 자신의 콘셉트를 “앙큼한 악마 같은 레드”라고 표현한 이유다. 효민은 “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며 “(컬러 프로젝트 연장선으로) 컬래버레이션이나 듀엣곡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했다.
효민은 “활발히 활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곡을 낸 가수가 워낙 많아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효민의 바람은 소박하다. 음원 차트 100위 안에만 들고 싶단다. 그는 순위보단 즐거움에 초점을 뒀다. “그동안 늘 ‘즐기면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돌이켜보니 ‘내가 정말 그러려고 노력했나’ 싶다”며 “이번엔 정말로 즐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