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백당 제외한 첨가물 규제
임정혁 교수 “약 덜 먹어서 문제”
# 6살짜리 딸을 둔 A씨(36)는 감기에 자주 걸리는 아이 때문에 상비약으로 해열제를 구비해 둔다. 약국 또는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고, 문을 연 병원을 찾기 힘든 밤이나 주말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어린 딸에게 먹이기 편하고 많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시럽제를 구매하는 편이다. 한편으로는 약이 너무 단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다. 감기 증상이 있는 며칠간은 하루 세 번씩 먹여야 하는데 탈이라도 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A씨는 “약을 안 먹일 수는 없으니 시럽 형태의 해열제를 산다. 다만 어른이 먹어도 입안이 얼얼해지는 단맛이 느껴지니 아이들은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해열진통제는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을 때 열을 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어린이 해열제는 대체로 시럽 형태로, 다른 제형에 비해 단맛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일부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시럽제 장기간 복용 시 부작용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가 시럽제의 ‘단맛’을 내는 성분들을 규제하고 있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시럽 제형의 해열제 제품 성분을 보면 모두 백당 성분이 들어있다. 어린이부루펜시럽(이부프로펜)에는 백당 외 오렌지향 등 10개 이상의 첨가제가 들어가 있으며, 챔프시럽(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백당 외 체리향, 자몽향 등 8개 이상, 이지쿨시럽(덱시부프로펜)은 백당 외 딸기향 등 7개 첨가제가 들어가 있다.
약물에 감미료·방향료 등 첨가물이 들어가 있는 이유는 약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복용을 돕기 위해서다. 국내 의약품 첨가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업체는 약물 품질과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첨가물을 넣을 수 있다. 가루, 알약, 시럽 등 제형별로 허가된 첨가물이 다르지만, 보통 꿀이나 사카린, 설탕, 단미시럽 등의 감미제를 넣을 수 있다.
그러나 설탕이나 인공감미료 등 당 성분은 과잉섭취 시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의약품 첨가제 함량을 규제하는 문제는 해외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약물의 ‘맛’과 ‘향’이 복용 순응도와 편의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면서, 첨가물이 다량 사용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제제의 안정성, 안전성 또는 균질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첨가물이 적절하게 배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어린이 복용 제품은 쓴맛이 날 경우 복용순응도가 너무 떨어질 수 있어서 적절한 감미료를 쓸 수밖에 없다”며 “식약처는 허가된 첨가물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을 기준으로 의약품을 관리하고 있다. 또 제품의 사용상 주의사항에 첨가물에 대한 경고문을 넣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 행정처분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인공감미제 아스파탐의 경우 WHO 기준 하루 권장량은 40mg/kg이다. 경고 문구에는 ‘이 약에 함유되어 있는 인공감미제 아스파탐은 체내에서 분해되어 페닐알라닌으로 대사되므로, 페닐알라닌의 섭취를 규제할 필요가 있는 유전성질환인 페닐케톤뇨증 환자에는 투여하지 말 것’이라고 적혀있다.
사카린은 ‘이 약은 감미제로서 사카린을 함유하고 있는데 사카린은 기타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사용상 주의사항에 명시하고 있으며, 하루 권장량은 5mg/kg이다.
다만 백당 성분에 대한 기준은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다. 식약처 관계자는 “설탕은 식품에서도 제한할 수 있는 성분이 아니다. 과잉섭취 시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인공감미료처럼 유해반응이 크지 않아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복용하는 약물 용량 자체가 적기 때문에 백당 등 첨가물이 함유된 의약품의 건강상 위해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임정혁 고대구로병원 임정혁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모든 약물이 식약처의 허용 기준치에 맞아야 시판될 수 있다”며 “첨가물은 맛을 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의약품 제제에 포함된 성분은 아주 일부일 것이다. 첨가물이 비만이나 충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기엔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 용량을 복용하는 것이다. 소아는 연령과 체중에 따라 권장용량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오히려 현장에서는 약을 덜 먹여서 열이 내려가지 않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
그는 “꼭 먹어야 하는 약이라면 요구르트 등과 함께 먹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의약품 성분에 따라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며 “또 한 가지 팁은 입을 억지로 벌려서 약을 밀어 넣지 말고, 볼 안쪽 점막을 통해 약을 흘려보내라는 것이다. 아이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침과 함께 약물이 넘어간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