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우리가 잊고 지냈던 연애의 맛’(이하 연애의 맛)의 첫 번째 시즌이 지난 21일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해 9월 처음 방송한 지 약 5개월 만인데요. 시청률 1.4%(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빠르게 시청자를 늘려 최고 5.9%를 넘는 시청률을 나타냈습니다. KBS2 ‘해피투게더4’, MBC ‘킬빌’ 등 동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은 일찌감치 제쳤고, 인기리에 방영하던 채널A ‘도시어부’도 앞질렀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록에도 프로그램 후반부로 갈수록 좋지 않은 반응이 나왔습니다. 초반 인기를 견인했던 방송인 김종민과 기상캐스터 황미나 커플의 이야기가 사라지면서부터죠. 이들 커플은 지난달 10일 방송 이후 한 달 넘게 방송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 하차설과 결별설이 불거졌지만, 제작진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는데요. 이 와중에 프로그램 종영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시청자들의 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들의 사연은 마지막 회에 이르러서야 알려졌는데요. 김종민은 “(황미나와) 연락을 안 하고 있다”면서 에둘러 결별 소식을 전했습니다. ‘연애의 맛’ 촬영 외에는 황미나를 만날 시간이 없었다면서 “(황미나가) 일할 때만 자신을 만났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고 털어놨죠. 황미나는 자신의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방송 이후 쏟아질 관심을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교적 최근 합류한 뮤지컬배우 정영주와 소방관 김성원 커플의 모습도 방송에서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지난달 24일 데이트를 준비하는 모습이 그려진 뒤로, 이들 커플의 분량은 ‘실종’ 상태였는데요. 마지막 회에서도 이들의 공방 데이트가 짧게 등장했을 뿐이어서 시청자들은 원성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건 어쩌면 당연한 절차입니다. 출연자들은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지만, 시청자들은 ‘방송을 위한 만남이었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일찍부터 예견됐습니다. 프로그램의 기획이 허술했기 때문이죠. ‘연애의 맛’은 연애의 설렘과 달콤함을 강조했을 뿐, 출연자들의 관계를 리얼하게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연애의 맛’ 속 연애는 현실과 괴리된 판타지 같았습니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의 눈물을 여러 차례 보여주며 진정성을 호소했지만, 판타지의 얄팍함을 감추진 못했습니다.
‘연애의 맛’은 오는 5월 9일 시즌2로 돌아옵니다. 배우 고주원과 김보미 커플은 시즌2에도 출연하지만, 나머지 커플은 모두 하차하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시즌은 시즌1의 용두사미 결말을 피할 수 있을까요.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