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평양과 남포, 회령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1980~90년생(장마당 세대)들은 북한 정권이 만든 핵무기를 ‘자랑이자 자긍심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지만 대북제재로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2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일사회보장연구센터가 개최한 2019년 제2차 보사연 통일사회보장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의 아이들-평양에 사는 8090세대의 의식과 생활’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 소장은 평양과 남포, 회령, 청진 등 대도시에 거주하다 탈북한 20~30대 탈북 청년 10명(남녀 각각 5명)의 심층 면접 조사를 통해 2018년 북한 청년들의 삶의 모습을 재구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에게 핵무기는 자랑이고 자긍심의 상징이었다. 그들에게 핵무기는 북한을 미국의 위협에서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것이었다.
김 소장은 “이러한 인식은 성별이나 학력의 높고 낮음과 상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거래가 차단되고 근로자 외국파견이 봉쇄되면서 평양에서는 ‘굶어죽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전파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소장은 “특히 대북제재는 부유한 계층이나 가난한 계층 보다는 소액의 투자금을 가지고 시장에 투자했던 중간계층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호의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생각은 평양과 지방은 물론 남녀노소 모두에게서 나타났으며, 일화정치 혹은 미담정치는 북한주민들로부터 따뜻하고 포용적이고 믿음직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어준 것으로 분석됐다.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하는 등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대해서는 “권력층을 대상으로 한 것일 뿐 북한주민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며, 김정은의 권력을 위협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행동이었다고 옹호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김 소장은 전했다.
북한 사회에서 만연한 ‘뇌물’에 대해 주민들은 이를 일종의 ‘세금’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뇌물을 받는 자나 주는 자 모두 북한체제의 특성과 취약성에서 야기된 불가피한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