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 취소 등을 위한 청문 절차에 돌입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4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녹지국제병원이 현행 의료법이 정한 개원 기한(3월 4일)을 지키지 않으면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녹지그룹 측에 통보했다.
현행 의료법 제64조(개설 허가 취소 등)는 ‘개설 신고나 개설 허가를 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아니한 때 개설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법 제84조는 개설허가 취소 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등의 의견을 듣고 증거를 조사하는‘청문’절차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은 2018년 12월 5일 제주도로부터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내용의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받았고, 의료법에 따라 허가 후 3개월의 개원 준비기간이 부여됐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시작 준비를 하지 않아 개원 기한이 4일로 만료된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도는 녹지국제병원 측의 개원 기간 연장 요청을 승인하지 않는 이유와 지난 2월 27일 있었던 개원 준비상황 현장 점검 기피행위가 의료법(제64조, 개설 허가 취소 등) 위반임을 알리는 공문도 4일자로 각각 발송했다고 밝혔다.
도는 5일부터 청문주재자 선정 및 처분사전통지서(청문실시통지) 교부 등을 거쳐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실시를 위한 절차에 본격 돌입한다.
도는 “개설허가를 한 후 3개월간의 충분한 준비기간이 주어졌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개원을 하지 않을 경우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며 “녹지측이 개원 법정 기한인 4일을 넘길 경우 의료법에 따라 허가 취소 전 청문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녹지국제병원의 모기업인 녹지그룹은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헬스케어타운의 사업 파트너인 만큼 양자 간에 헬스케어타운의 향후 사업 방안을 논의하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앞서 녹지국제병원 측은 제주도가 지난달 26일 보낸 ‘녹지국제병원 진료 개시 도래에 따른 현지점검 및 허가사항 변경신청 등에 대한 안내’공문의 회신에서 “행정소송과 별개로 제주도의 개설 허가를 존중하여 개원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준비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있다”며 개원 기한 연장을 요청했었다.
이에 앞서 원희룡 도지사는 지난 2018년 10월 8일 제주도청에서 구샤팡 녹지국제병원 대표이사와 면담을 갖고 “도는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원 지사는 구 대표이사에게 “제주도도 정부, JDC 등과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구샤팡 녹지국제병원 대표이사는 “병원 개원 준비에 따른 비용 부담과 (비영리로는) 투자 유치에 영향이 있다”고 제안을 거부했고 “허가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시 11월 22일 진행된 2차 면담에서도 원 지사는 “정부와 JDC의 태도가 미온적이라서 제주도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에 고충이 많다”는 입장을 전했다. 녹지그룹의 사업파트너인 JDC 이사장이 공석이라 JDC가 제대로 공론조사 후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논의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본연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어려운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도는 이밖에도 지난해 10월 12일과 같은 달 16일 녹지국제병원측에 공문을 보내 비영리병원으로 전환 방안, 병원 건물의 매각 및 타용도 활용 방안 등에 대한 검토를 공식 요청했지만 녹지측은 제주도의 제안을 거부하고, 조속한 허가 여부 결정을 요구하는 내용의 답변을 반복했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도에 따르면, 구샤팡 녹지국제병원 대표이사는 지난 1월 15일 안동우 정무부지사와 제주도청에서 만난 자리에서 “녹지가 혼자서 이것(녹지국제병원)을 밀고 나가기에는 경험도 없고, 운영할 수 있는 그것도 없다”며 “더 이상 제주도와 만날 필요도 없고 소송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어 지난달 14일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제주도의 조건부 개설허가의 조건이 부당하다며 제주도를 상대로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삭제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다시 2월 26일 병원 측은 도에 “행정소송과는 별개로 제주도의 개설허가를 존중하여 의료기관 개원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준비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있다”며 개원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이튿날인 27일 제주도 보건건강위생과가 실시한 현지점검 시 관계공무원의 병원 출입을 제한하는 등 정당한 공무집행을 기피했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도는 이번 청문 절차 돌입과 관련해 “녹지국제병원측이 조건부 개설허가 처분 전에는 제주도의 대안 마련 협의에 아무런 성의 없이 조속한 결정만 요구하다가 조건부 개설허가 처분 후에는 병원 개원을 위한 실질적 준비 행위가 없었다”며 “제주도와의 모든 협의를 일체 거부하다가 개원 시한 만료가 임박하여 아무런 준비 내용도 없이 계획을 새로 세우고 있으니 개원 기한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태도는) 그동안의 진행과정의 내용과 녹지병원측의 그동안 자세에 비추어 전혀 타당성이 없다”며 “따라서 5일부터 허가 취소 전 청문을 위한 절차에 본격 돌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녹지국제병원측이 관계 공무원의 현장점검을 거부한 행위는 현행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개설 허가 취소사유가 될 수 있음을 알리고 이에 대한 처분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도는 “녹지국제병원측이 소송을 제기한 부분은 법률 전담팀을 꾸려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고, 이와는 별도로 청문은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실시해 나갈 방침”이라며 “녹지국제병원측도 허가취소처분과 관련된 입장이 있다면 앞으로 청문절차에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