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원이 일생을 걸어도 후회 없는 직장 만들 것”…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어록·일화

“전직원이 일생을 걸어도 후회 없는 직장 만들 것”…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어록·일화

기사승인 2019-03-04 15:24:08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3일 향년 87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빈소는 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아들 정원(두산그룹 회장), 지원(두산중공업 회장), 딸 혜원(두산매거진 부회장) 씨 등 2남 1녀가 있다. 장례는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발인과 영결식은 오는 7일, 장지는 경기 광주시 탄벌동 선영이다.

고인은 동양맥주 평사원으로 두산그룹에 발을 들였다. 이후 한양식품 대표, 동약맥주 대표, 두산산업을 거쳐 1981년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다. 이후국제상업회의소 한국위원회 의장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주한 Ireland 명예영사, 두산그룹 명예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탁월한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1984년 은탑산업훈장, 1987년 금탑산업훈장 등을 수훈한 바 있다. 아래부터는 고인의 주요 어록과 일화다.

◇경청의 리더십 보여준 ‘과묵한 거인’=재계 모든 사람이 인정할 정도로 과묵했던 고인은 생전에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쓸데없는 말을 하게 됩니다. 또 내 위치에서 무슨 말을 하면 그 말은 모두 약속이 되고 맙니다. 그러니 말을 줄이고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 말아야죠.”

◇인화와 인재를 중시한 고인=고인은 인화를 강조했다. 그는 “인화로 뭉쳐 개개인의 능력을 집약할 때 자기실현의 발판이 마련되고, 여기에서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한 “’인화’란 ‘공평’이 전제되어야 하고, ‘공평’이란 획일적 대우가 아닌 능력과 업적에 따라 신상필벌이 행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모든 사원이 일생을 걸어도 후회 없는 직장이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던 고인은 “인재가 두산의 미래를 만드는 힘이다”라고 항상 강조했다. 고인이 생전에 한 아래와 같은 발언에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 잘 담겨있다.

“두산의 간판은 두산인들이다. 나야 두산에 잠시 머물다 갈 사람이지만 두산인은 영원합니다.”, “나는 무엇보다 사람을 강조합니다. 사람들이 잘나고 못나면 얼마나 차이가 있겠습니까. 노력하는 사람, 그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능력을 발휘하도록 합니다.”, “기업은 바로 사람이고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곧 사람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진솔한 박 명예회장=언젠가 면접 시험장에서 고인은 한 입사 지원자에게 부친의 직업을 물었다. ‘목수’라는 답변을 듣고는 ‘고생하신 분이니 잘해드리세요’라며 등을 두드려줬다. 그 지원자는 합격해 중견 간부로 성장했으며 그때의 기억을 잊은 적이 없다고 한다.

◇소탈한 고인=하루는 박 명예회장이 직접 차를 몰고 회사로 출근했다. 운전기사가 아파서 결근을 했던 것이다. 주차장에서 이 모습을 본 직원의 보고에 사무실은 난리가 났다. 하지만 박 명예회장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조용히 집무실로 들어갔다. 그 운전기사는 선대 때부터 일을 한 사람으로 박 명예회장과도 40여년을 함께했다.

◇몸에 밴 겸손…”분수를 지켜라”=어려서부터 선친에게서 “늘 겸손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란 박 명예회장은 “내가 먼저 양보하면 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는 또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살았다. 고인은 ‘수분가화’(守分家和)를 가훈으로 삼았고, 형제와 자녀들에게 수분가화’라는 붓글씨가 적힌 액자를 선물하면서 분수에 맞는 삶을 강조하기도 했다. ‘수분가화’는 ‘자신의 분수를 지켜야 가정이 화목하다’는 뜻이다.

◇될성부른 떡잎이던 어린 시절=박 명예회장은 어린 시절 유치원에 다닐 때 집안이 큰 포목상을 할 정도로 부유했다. 그럼에도 무명옷을 색이 바랠 때까지 입었고 고무신도 닳아서 물이 샐 때까지 신었다. 경성사범학교 부속보통학교 다닐 때는 끼니를 제대로 못 잇는 급우들을 위해 어머니가 챙겨준 도시락을 한 가방씩 들고 등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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