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지오(32)가 성접대 의혹 사건 속 세상을 떠난 배우 故 장자연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10년 만에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그는 장자연 사망 당시 검·경의 수사가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윤지오는 5일 방송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피해자는 숨고 가해자는 떳떳한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면서 일명 ‘장자연 리스트’로 불리는 문건에 대해 증언했다. ‘장자연 리스트’란 장자연이 2009년 3월 언론사 고위 간부를 포함한 유력 인사들로부터 성 상납을 강요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자필 문건을 가리킨다.
윤지오는 故 장자연이 소속사에서 나오기 위해 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했다. ‘성 상납을 견디다 못한 장자연이 일종의 유서로 해당 문건을 남겼다’는 당시 언론 및 수사당국의 주장과는 대치되는 주장이다. 윤지오는 “세상에 공개하고자 쓴 문건이 아니라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쓰인 것”이라며 “누가 유서에 명단을 나열하고 지장을 찍겠는가. 살기 위해, 법적으로 싸우기 위해 만든 문건”이라고 봤다.
‘장자연 리스트’에는 재벌그룹 총수, 방송사 프로듀서, 언론사 경영진 등이 언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속사 대표를 통해 이 문건을 봤다는 윤지오는 “딱 한 차례 봤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이 나는 이름도 물론 있고 아닌 이름도 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한 언론사의 동일한 성을 가진 세 명이 거론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일간지 기자로 지목된 조모씨가 술자리에서 故 장자연을 성추행하는 장면을 직접 봤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런 내용을 당시 수사 기관에도 10여 차례 증언했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사건을 증언했다는 이유로 캐스팅에서 제외되는 등 불이익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매번 밤 10시 이후, 새벽에 경찰과 검찰로부터 불려갔다. 당시 21세인 내가 느끼기에도 수사가 부실했다. 수사관들은 모두 남성이었는데, 내가 진술할 때 비웃기까지 했다”며 “조사가 끝나고 경찰 측에서 집에 데려다줄 때 항상 미행이 붙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했고 이사도 수차례 했다”고 주장했다.
윤지오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도 냈다. 이날 출간한 ‘13번째 증언’이다. 소개글에서 윤지오는 “내가 알던 자연 언니는 맑고 여린 사람이었다. 그런 언니가 남몰래 받았던 상처, 그리고 쓸쓸히 자신의 손으로 삶을 마감해야 했던 그 고통까지는 어느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며 “미처 꿈을 펼쳐 보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자연 언니 앞에 흰 장미 한 송이를 바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고 밝혔다.
故 장자연 성접대 의혹 사건은 2009년 경찰이 수사했지만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져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조사하고 있다. 과거사위는 이달 말까지로 활동 기간을 연장하고 진상 조사와 결과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