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 물린 사람 4.9%는 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중상’을 입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20명 중 1명꼴이다. 특히 이 같은 위험은 낯선 개보다 친척이나 친구·이웃의 개에 물렸을 때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박중완·김도균 교수팀에 따르면 2011∼2016년 사이 개에 물리는 사고로 전국 병원 응급실을 찾아 치료받은 9966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연구결과는 국내 개 물림 환자의 임상적 특징을 처음 분석한 것으로,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인구 1000명당 개에 물려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2011년 5.6명에서 2016년 7.6명으로 5년만에 2명 늘었다.
연령대별 1000명당 환자 수는 학령기 아동(7∼12세)이 9.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성인 7.2명, 10대(13∼18세) 5.9명, 미취학 아동(4∼6세) 5.1명, 영아(1세 미만) 3.1명, 유아(1∼3세) 3.0명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 환자(54.6%)가 대체로 많았지만, 12세 이하만 보면 남아가 여아보다 많았다.
개에 물린 신체 부위는 팔(33.3%), 머리·목(21.9%), 다리(15.7%), 여러 곳(3.2%), 몸통(0.9%) 순으로 분석됐다. 어린이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치명적인 머리와 목에 가장 많이 물렸다.
개 물림 사고에 따른 입원율은 3.7%였는데, 평균 입원 기간은 8일이었다. 또 전체 환자의 2.3%(224명)가 수술 치료를 받았으며, 이 중 유아의 수술률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2.8%를 보였다.
이번 분석에서는 총 3명이 개에 물려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는 각각 93세, 79세, 73세로 모두 70세 이상의 고령이었다.
개 물림 사고의 72.3%는 집에서 발생했다. 전체적으로는 실외보다 실내(60.5%)에서 개에 물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미취학 아동은 실외(48.7%) 비율이 유독 높았다.
사람을 문 개의 소유자가 파악된 사례 중에는 가족(31.6%)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낯선 사람(8.5%), 이웃·친구(5%), 친척(0.8%) 등의 순이었다. 다만, 미취학 아동과 학령기 아동의 경우는 다른 연령대에 견줘 낯선 사람의 비율이 각각 11.9%, 10.9%로 높은 편이었다.
연구팀은 이런 분석을 기초로 60대 이상 고령자가 개에 물렸을 때 중상을 입을 위험이 60세 미만 성인(19∼59세)의 2.7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함께 본인의 개가 아닌 친척, 친구·이웃의 개에 물렸을 때 중상을 입을 위험도는 각각 2.4배, 1.7배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박중완 교수는 “친척이나 이웃, 친구 등이 소유한 개에 물리는 사고가 더 위험한 건 개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경계심도 덜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친해졌다고 느끼는 것과 달리 개의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만약 개에 물렸다면 작은 상처라고 해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가까운 병원이나 응급실을 찾아 상처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국가 차원에서도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세밀한 분석결과를 기초로 예방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