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장기화되고 있는 조선업계와의 후판 가격 협상과 정부의 심야 전기세 인상 계획에 울상을 짓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는 조선업계(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와 올해 초부터 진행 중인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 가격 협상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현재 조선업계는 지난해 이미 두 차례 가격 인상이 있었고, 원가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산업의 특성상 후판의 가격이 더 오른다면 생존을 위협할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일에는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이하 협회)가 입장문을 통해 “후판 가격 인상은 시황회복기에 있는 조선업계에 큰 부담이며 생존을 위태롭게 한다”며 “조선소 경영이 정상화 될 때까지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는 올해 철강업계가 후판가를 톤당 5만원으로 인상한다면 2019년 조선 3사 후판 예정 소요량인 510만톤에 2550억원의 원가부담이 발생하면서 조선사의 생존이 위태로워진다는 얘기다.
반면 철강업계는 과거 조선업계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적자를 보면서 후판을 조선사에 공급해왔고, 후판의 원자재인 철광석, 원료탄 등의 가격도 오르고 있는 등 최근 업황 개선을 반영해 톤당 5만원 정도의 가격 인상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는 조선업계를 위해 수천억원 적자를 보며 후판을 판매해왔다”며 “게다가 지난해에는 후판 공급 부족이 일어날 정도로 후판이 잘 팔리는 상황에도 한국 조선사들을 위해 이익을 차치하고 물량을 그대로 공급해줬다. 후판 가격 인상은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과거 철강업계의 후판사업부들이 경영 문제로 도산했을 때 조선업계가 가격 인상 등을 통해 도와준 적이 있었냐”며 “조선업이 생존을 운운할 게 아니라 실제로 인상요인이 있다면 생떼를 부리기보다는 인상분을 깎아 달라고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철강업계 역시 후판 가격 협상에서 물러설 자리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업계 역시 원가상승분을 건조한 선박에 반영하지 못하는 특성상 협상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분위기다. 결국 철강업계가 이 지난한 협상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철강업계를 포함한 정부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세가 인상될 경우 24시간 연속공정을 진행하는 철강업계는 전기세 폭탄을 맞을 우려도 있다.
현재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개편안에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5~10%로 인상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용 전기가 전력 사용량이 높은 낮 시간대에 비싸고, 심야 시간대에는 원가보다 낮다는 점을 반영한 개편안으로 보인다.
전기세가 인상될 경우 철스크랩(고철)을 열로 녹여 철근, 형강과 특수강 등을 제조하는 전기로 생산 방식을 사용하는 업체들의 경영 부담이 예상된다. 국내에서 전기로 방식을 운영하는 업체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이 있다.
철강업계는 인상 소식에 사태를 관망하면서도 속앓이를 하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국내 전방 산업인 자동차, 건설, 조선업의 부진으로 내수 매출이 부진한 가운데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파고로 수출길이 좁아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 전기요금까지 인상된다면 경영 부담이 더욱 심화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경영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기요금 정책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기에 신중한 고려를 통해 결정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