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소송전에 돌입한 제주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가 공개됨에 따라 그간 의혹으로만 제기되던 국내 자본 우회 투자를 밝힐 실마리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도움으로 분석한 사업계획서를 보면, 국내자본과 밀접하게 연결된 외국회사가 녹지국제병원 사업시행자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해 국내 자본의 우회 투자 의혹은 지난 2015년까지 BCC(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와 IDEA가 녹지국제병원 사업시행자였던 그린랜드헬스케어의 지분을 가진 것에서 촉발됐다.
이번에 공개된 사업계획서를 통해 사업시행자가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BCC와 IDEA가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의 의료 네트워크 업체로 참여하고 있었음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사업계획서에는 내국인이나 국내 의료기관이 진출해 있는 중국 및 일본의 네트워크형 영리병원 등이 실제로 병원운영을 맡는다는 업무협약 내용이 담겨 있다. 미공개 상태인 사업계획서 별첨자료에는 주식회사 IDEA와의 업무협약서와 중국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BCC)와의 업무협약서가 유사한 내용으로 적시돼 있다.
중국 BCC와 일본IDEA와 맺은 업무협약서 내용은 중국 BCC와 일본 IDEA가 “(a)병원의 의료진 채용 및 운영지원 (b)병원 해외환자 유치지원 (c)병원의 해외환자 귀국 후 사후관리지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체결 돼 있다.
두 개의 영리병원네트워크가 병원 운영 의료진 채용 및 관리 등을 전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보건의료노조는 “내국인과 국내 의료기관의 우회 진출의 통로를 담당하게 돼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BCC나 일본 IDEA에는 국내 의사들과 의료기관들이 네트워크로 연관돼 있다는 사실은 이미 2015년부터 제기돼 왔다. 중국 BCC는 모성형외과의 전 원장 A씨를 대표 의료인 중 한 사람으로 홍보하고 있다. 동시에 A씨가 원장으로 있는 의료기관은 BCC 네트워크에 속한 영리병원이다.
아울러 일본 IDEA 네트워크의 세 개의 병원 중 하나인 도쿄 미용성형외과의 의료 고문에도 A씨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모 의원 B씨는 A씨의 의료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중국내 영리병원에도 원장으로 등재돼 있는 등 우리국민과 국내 의료기관은 중국 BCC와 일본IDEA 영리병원 네트워크는 얽혀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주특별자치도보건의료특례등에관한조례 제15조 2항 ‘내국인 또는 국내법인이 우회투자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국내법인 또는 국내 의료기관이 관여하게 되어 국내 영리법인 허용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여부’를 심사 원칙으로 한 제주도 ‘보건의료조례’의 위반 소지가 농후하다는 것이 보건의료노조의 주장이다.
이렇듯 우회투자 지분 의혹은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를 통해 베일에 가려져 있었지만, 자회사인 그린랜드헬스케어주식회사가 중국BCC와 일본IDEA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남으로써 ‘의혹’으로 치부되던 국내 자본의 우회 투자는 점차 ‘사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 사업시행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해외투자 협력업체인 중국 BCC와 일본 IDEA와 네트워크를 체결한 것을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로 당시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당시 복지부는 사업계획서 요약본 8페이지만으로 검토 후 사업 승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지만, 제주도는 사업계획서에 대해 철저히 함구해왔다.
그러나 사업계획서 중 ‘사업시행자 해외 의료 네트워크’는 여전히 공개하지 않아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BCC, IDEA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번에 제주도는 400쪽 분량의 사업계획서 중 133쪽만을 공개했다. 사업시행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의 의료 네트워크 관련 자료나, 이들 네트워크 기관과 체결한 업무협약서 내용, 제주대병원과 서귀포의료원과 체결한 응급의료체계 업무협약(MOU) 등 핵심자료는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국내자본의 우회투자 의혹을 파헤칠 수 있는 결정적인 자료를 제주도가 누락시켰다”며 “해당 내용을 확인해야 BCC, IDEA가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에 어느 정도의 투자지분을 갖고 있는지, 어떤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는지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복지부는 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논란에 대해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추가 영리병원 개설 허가는 없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보건복지부장관 직권의 사업 허가 취소 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