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선릉로에 있는 일지아트홀. 5년여 만에 무대에 선 그룹 투애니원(2NE1) 출신 가수 박봄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날 열린 박봄의 컴백 기념 공연엔 16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긴 공백 뒤 처음 언론 앞에 서는 자리인데다가, 그가 몸담았던 YG엔터테인먼트가 최근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를 둘러싼 의혹으로 연일 논란이 돼 박봄의 복귀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전날 잠을 설쳤다는 박봄은 “팬들이 오랜 시간 나를 기다려줬는데, 열심히 (활동)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봄은 2010년 마약류에 해당하는 암페타민이 함유된 약물 에더럴을 들여오다 적발돼 검찰 조사에서 입건 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 사실이 2014년 뒤늦게 알려지자 당시 소속사이던 YG엔터테인먼트 측은 “미국에서 치료 목적으로 복용하던 약이었는데, 국내에선 금지 약품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박봄의 연예 활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2015년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 깜짝 출연한 것과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YG전자’에 얼굴을 비친 게 지난 5년간의 활동 전부다. 그 사이 논란도 있었다. MBC ‘PD수첩’에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박봄 측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보도자료를 보내 ‘박봄은 마약을 한 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싸늘한 여론은 컴백 당일까지도 돌아서지 않았다. 언론 행사를 연 이유에 대해 박봄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는 “내 음반이 발매됐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내 생각과 의견도 말해보고도 싶었다”며 “여론이 좋지 않지만 이를 바꾸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9년 전 사건에 대해서도 직접 입을 열었다. “속 시원히 내 입으로 말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연 그는 “혐의가 없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일이다. 미국에서 치료 목적으로 정상적인 처방을 받아 복용한 약인데, 국내 법을 몰라 물의를 일으킨 점은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봄은 오랫동안 앓아온 ADD 치료 차 이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내원해 치료받고 있다고 한다.
이날 오후 6시 공개된 새 싱글 ‘스프링’(SPRING)은 박봄이 디네이션에 새 둥지를 튼 뒤 처음 내는 신보다. 타이틀곡 ‘봄’을 비롯해 ‘내 연인’, ‘창피해’ 모두 3곡이 실렸다. 박봄은 ‘진정성’을 전하는 데 주력했다. “노래를 통해 내 마음이 전달되게끔 부르려고 했다”며 “좀 더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려고도 노력했다”고 귀띔했다.
‘봄’은 인기 작곡가 용감한형제가 프로듀싱하고 투애니원 출신 가수 겸 방송인 산다라박이 피처링한 노래다. 박봄은 “추운 겨울이 지나고 모두에게 따뜻한 봄이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팝에 바탕을 둔 흥겨운 사운드와 박봄의 리드미컬한 보컬이 특징이다. 박봄은 피처링으로 힘을 보탠 산다라박을 ‘의리녀’라고 표현하며 “오늘도 문자 메시지를 보내 ‘떨지 말고 확 다 죽여버려’라고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박봄은 오는 14일 Mnet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해 신곡 무대를 선보인다. 기회가 된다면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싶단다. 박봄은 “내가 버라이어티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습을 팬들이 재밌어 하는 것 같다”며 MBC ‘전지적 참견 시점’과 ‘나 혼자 산다’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투애니원 데뷔 10주년을 맞아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냐는 질문에는 “다들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회를 주신다면 (멤버들끼리) 다시 모였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