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운조루의 봄, 산수유 활짝

구례 운조루의 봄, 산수유 활짝

기사승인 2019-03-14 09:13:10

구름 속으로 숨어드는 새가 사는 사는 집, 운조루(雲鳥樓) 고택-

-타인능해(他人能解). 진정한 부자의 모범적 사례-

-담장 너머 봄 향기 가득-

구례 운조루는 영호남의 경계에 위치하여 두 지역 역사와 문화의 장점을 두루 갖춘 고택이다.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사랑채 안마당을 거닐며 남도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운조루가 있는 고택 입구엔 직사각형 형태의 연못이 있다. 연못 가운데 인공 섬이 조성되어 있는데 소나무 한그루가 운치를 더한다.

운조루 고택 (古宅)은 조선 영조 52(1776)에 당시 삼수 부사를 지낸 류이주(柳爾胄)가 세운 것으로 99(현존 73)의 대규모 주택으로서 조선시대 선비의 품격을 상징하는 품자형(品字形)의 배치 형식을 보이고 있는 양반가이다.

지리산 자락 너른 들판에 섬진강이 흐르고 맞은편 오봉산을 바라보는 운조루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봄꽃을 찾아 떠난 길에 생리(生利)명당 운조루(雲鳥樓)를 찾았다. '생리'는 경제적인 이로움을 뜻한다. 사람들은 구례군 토지면 오미동의 너른 들이 마을을 부유하게 할 것이라 믿었다.

-누구나 열어서 퍼 갈 수 있는 타인능해(他人能解)’-

 운조루를 방문하면 꼭 봐야 할 것이다.

나무를 깍아 만든 긴 쌀통인데 하단에 타인능해(他人能解)란 한자가 적혀있다.

타인능해? ‘누구든 열 수 있다는 뜻이다.

목판을 열고 굶주린 사람은 누구든 쌀통에 가득한 쌀을 퍼갔다.

이 타인능해 쌀통은 쌀 두가마니 정도를 채울 수 있다고 한다.

이 고을에서 가장 넉넉한 부호가 언제나 쌀통에 가득 쌀을 채워두고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든 필요한 만큼 가져 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모두가 함께 살자는 相生精神(상생정신)의 표본이다. 쌀통도 가난한 이웃들의 마음을 헤아려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세워놓았다.

그리고 이 고택 주인의 인품을 알 수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부엌 입구의 낮은 굴뚝이다. 밥 짓는 연기가 되도록 가난한 이웃 집 주변으로 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갑질 문제로 지탄 받는 요즘 재벌 2,3세들이 한번 쯤 들려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주위에 대해 배려와 고을 사람들에게 존경의 대상이었던 운조루 고택은 동학란, 여순반란사건, 한국전쟁 등 험난한 세월도 무사히 넘겼다.

고택 입구의 활짝 핀 산수유가 봄바람에 살랑이며 관람객들을 반긴다.

구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  드론촬영=왕고섶 사진가

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