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폐손상' 일으킬 수 있는 혈장 수혈, 10년간 9만건

'급성폐손상' 일으킬 수 있는 혈장 수혈, 10년간 9만건

기사승인 2019-03-18 09:59:57

 

여성헌혈자의 신선동결혈장(FFP) 수혈을 통한 급성폐손상(TRALI)을 예방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은 남성헌혈자의 신선동결혈장을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 간 여성헌혈자 유래 신선동결혈장을 수혈용으로 공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적십자사 및 질병관리본부가 제출한 자료 분석 결과, 한마음혈액원 및 중앙대혈액원이 지난 10여 년 간 여성헌혈자 유래 신선동결혈장을 수혈용으로 공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한적십자사는 자체적으로 2009년 7월 1일부터 여성헌혈자 유래 신선동결혈장을 수혈용으로 공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음혈액원은 2009년 7월 1일부터 금년 2월 26일까지 9년 8개월 동안 총 8만 7424개 유니트의 여성헌혈자 신선동결혈장을 수혈용으로 공급해왔던 것으로 나타났고, 중앙대혈액원도 지난 2012년부터 금년 2월 26일까지 7년 2개월 동안 총 8352개 유니트의 여성헌혈자 신선동결혈장을 수혈용으로 공급해왔던 것으로 나타나 총 9만5776개 유니트의 여성헌혈자 신선동결현장이 수혈용으로 환자들에게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헌혈자의 신선동결혈장(FFP)은 수혈관련 부작용인 수혈관련급성폐손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사망률이 약 6~20%로 알려져 있다. 수혈 후 6시간 이내에 갑작스러운 호흡부전이 일어나고 방사선 촬영에서 폐부종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2005년 첫 TRALI 발생사례를 확인 이후, 질병관리본부가 2009년 수혈관련 이상반응, 2010년 수혈관련 급성폐손상 발생 실태에 대한 학술 연구용역을 시행해 TRALI 발생률 및 실태를 일부 파악하고 보고체계를 수립했다. 실제 정부가 발간한 수혈가이드라인은 “수혈관련급성폐손상(TRALI) 예방을 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7월부터 모든 신선동결혈장을 남성 헌혈 혈액으로만 제조하여 수혈용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대한적십자사를 제외한 한마음혈액원이나 중앙대혈액원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각지대로 방치돼 온 것이다.

해외의 경우 법령으로 여성 헌혈자 신선동결혈장의 수혈용 공급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으나, TRALI 진단의 어려움과 위험성을 인식하여 남성 헌혈자 신선동결혈장을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 네덜란드는 각각 2003년, 2007년부터 남성헌혈자의 신선동결혈장만 공급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 등은 남성 헌혈자의 신선동결혈장을 수혈용으로 우선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대한적십자사는 2009년부터 여성 헌혈자의 신선동결혈장은 의약품 제조를 위한 분획용으로 출고하고 있었다.

한마음혈액원은 남성 헌혈자의 전혈 유래 신선동결혈장을 수혈용으로 우선 출고, 재고 부족 시 임신력이 없는 여성 헌혈자의 신선동결혈장을 수혈용으로 제한 출고하는 지침을 2009년 10월 마련했지만, 실제 감사원 감사에서는 2016년 1월 1일부터 2018년 9월 말까지 2년 9개월 동안 임신력이 있는 여성헌혈자 신선동결혈장이 392건 수혈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춘숙 의원은 “한마음혈액원과 중앙대혈액원에서 각각 공급한 여성헌혈자의 신선동결혈장 8만7424유니트와 8352유니트를 수혈 받은 환자의 급성폐손상으로 인한 사망 등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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