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자연 사망 사건이 당시 같은 소속사에 있던 배우 이미숙의 전속계약 분쟁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을 디스패치가 제기했다.
온라인 매체 디스패치는 18일 故 장자연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문건과 장자연 사망 이후 주변인들의 진술, 당시 장자연이 소속된 더컨텐츠의 매니저 유장호 씨의 문자 메시지 등을 종합해, 장자연 사망 사건이 이미숙의 전속계약 분쟁과 관련이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이에 따르면 장자연은 사망 며칠 전부터 유씨와 만났으며, 유씨 사무실에서 이른 바 ‘장자연 리스트’로 알려진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더 컨텐츠의 대표 김종승(김성훈)이 술접대를 강요했다는 내용과 함께, 같은 소속사에 있던 이미숙과 송선미의 피해 사례도 나열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패치는 장자연의 문건이 김종승과 이미숙·송선미의 분쟁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2008년 더 컨텐츠를 나온 유씨가 자신이 차린 기획사에 이미숙과 송선미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김종승이 이미숙과 송선미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했고, 여기에 장자연이 얽히게 됐다는 주장이다. 디스패치는 장자연의 문건이 “블랙홀”이었다면서 “김종승 vs 송선미, 김종승 vs 이미숙으로 이어질 소송전도 뒤로 밀렸다”고 전했다.
또 이미숙과 친분이 있던 정세호 감독의 사실 확인서를 발췌해, 이미숙이 정 감독에게 “김종승이 감독님만 무서워 하니 야단쳐 달라. 유장호가 A4용지 갖고 갈 테니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말했다고 디스패치는 보도했다. 대화에 언급된 ‘A4용지’는 ‘장자연 문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숙은 참고인 조사에서 장자연이 작성한 문건을 알지도 못하고 본 적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정 감독과의 대화를 언급하며 ‘장자연이 작성한 문건 A4 용지를 봤으며 그 내용도 알고 정세호에게 말했다는데 사실이 아닌가’라고 물었을 때도, “정 감독이 잘못 안 것 같다”고 부인했다고 디스패치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미숙의 소속사 측은 쿠키뉴스에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입장 발표가) 결정되면 연락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보도와 함께 장자연 사건이 유일한 목격자로 알려진 배우 윤지오의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윤지오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나보다 더 많은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함구하는 배우 분들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5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고발뉴스’에서도 이미숙을 언급하며 “혹시나 내가 잘못 이해하거나 오해하는 부분이 있으면, 한 마디라도 오해가 있다고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더 알고 계실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장자연은 2009년 3월 재계 인사와 언론인, 연예 기획사 관계자 등으로부터 성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문건을 남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당 사건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조사하고 있으며, 공소시효는 이달 말 끝난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