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기술의 발달에도 암은 여전히 국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항암제 부작용과 비싼 약값으로 인해 암환자는 물론 그들을 돌보는 가족마저 고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환자를 돌보는 시간이 길수록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면서 가족들의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가족이나 친척, 친구 등 기댈 곳마저 없는 경우 돌봄으로 인한 원망, 좌절, 회피, 죄책감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삶의 질이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사회연구에 최근 게재된 ‘암환자 가족의 돌봄 경험, 돌봄 시간, 만성질환 여부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다른 가족, 친척, 친구, 이웃, 직장동료, 지역사회 내의 자원봉사자, 친목모임 및 종교단체 참여 등의 사회적 자본 수준이 돌봄 제공자의 자아존중감, 신체적 부담 등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암환자를 돌보는 가족 254명을 대상으로 2017년 7월부터 9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서울, 경기, 충남, 부산 지역의 대학병원, 충남 소재 요양기관, 암환자 가족의 자조모임 등을 통해 진행됐다.
가족들이 돌보는 암환자의 일상생활수행정도는 ‘약간 증상이 있으나 거의 완전히 거동이 가능한 상태’가 63명(24.8%)이었고, ‘완전히 누워 지내는 상태’가 50명(19.7%)이었다.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27.6%에 불과했다.
자아존중감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자아존중감이 높을수록 삶의 질이 유의하게 높아졌다. 여기에는 사회적 자본 수준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호스피스를 이용할수록, 월 가구소득이 200만원 이상일수록 삶의 질이 높아졌다.
사회적 자본 수준은 신체적 부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친척, 친구, 지역사회 내의 자원봉사자, 친목모임 및 종교단체 참여 등의 사회적 자본 수준이 높으면 이들의 돌봄 지원을 통해 돌봄 제공에서 오는 신체적 소진 및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상태의 악화가 완화되고 신체적 부담이 줄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돌봄 시간이 일일 12시간 이상이어도 사회적 자본 수준이 높으면 삶의 질은 높아졌다. 사회적 자본을 통한 돌봄 지원은 돌봄 제공자에게 자조 모임 및 종교단체 참여 활동의 기회 등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김계숙 서강대 사회복지학 박사는 “자아존중감과 삶의 질의 관계, 신체적 부담과 삶의 질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자본의 조절효과가 규명됐다. 가족 및 친구들로부터의 도움을 많이 받을수록 암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자아존중감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지역사회 멘토링 프로그램, 호스피스 서비스 등과 같은 돌봄 지원 서비스가 암환자 및 돌봄 가족의 개별 상황에 적합한 지원서비스로 제공되면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