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되는 가운데 특히 올해 주총의 관전포인트는 행동주의 펀드의 본격적인 활동이 될 전망이다. 각양 각색의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 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앞세워 기업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 험난한 주총 예상… 행동주의 펀드의 무리한 요구
오는 22일 열리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는 해외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이 요구한 7조700억원에 달하는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등을 놓고 맞선다. 29일로 예정된 한진칼 주총에서는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에 따라 KCGI가 제안한 감사·이사 선임 및 이사 보수한도 제한 등이 다뤄지게 될 수도 있다.
28일 열리는 현대홈쇼핑 주총에는 미국계 투자회사 돌턴인베스트먼트와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 자사주 매입·소각·배당 증대를 제안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솔홀딩스, 무학, 강남제비스코 등도 주총을 앞두고 있다.
◇ 단기 이익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 대부분 시세차익 내고 ‘먹튀’
행동주의 펀드는 통상적으로 대량 주식매수를 통해 특정 기업의 주요 주주 지위를 확보한 후, 적극적인 경영 관여를 통해 기업 가치 증대를 추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 제고보다는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려 시세차익 내고 손을 터는 ‘먹튀’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 애널리스트이자 칼럼리스트인 라나 포루하(Rana Foroohar)는 최근 ‘메이커스 앤 테이커스(Makers & Takers)’라는 책을 통해 행동주의 사모펀드 등 금융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모펀드 등의 경우 미래를 위한 투자에 신경쓰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경영방식을 택하도록 압박을 가한다고 언급했다.
국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을 통해 “행동주의 펀드는 주로 자사주 매입, 배당 등 주식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성과만 극대화하려고 한다”며 “기업 경쟁력 강화 등 장기적 성장에는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 행동주의 펀드 같은 외부세력 탐욕 경계 목소리... 기업경영에도 악영향
재계 전문가들은 현재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행동주의 펀드와 같은 외부 세력의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주가치나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닌, 그들의 단기적 이익 추구라는 행동주의 펀드의 숨겨진 참 모습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이익만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 같은 외부 세력이 기업경영에 개입해 기업 자율성을 흔들 경우 경영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연구 결과도 이와 같은 내용을 뒷받침한다. 올해 초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 개입 후 1년이 지난 시점 전년 대비 고용은 18.1%, 투자 23.8% 감소했다는 것. 이 뿐만이 아니라 당기순이익은 83.6%, 영업이익도 41.0% 감소했다.
재계는 행동주의 펀드의 무리한 요구와 횡포를 막기 위해서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황금주 등의 방어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이 정부 시책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상황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그룹 지분이 집중된 지주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경우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국가 경제를 이끄는 기업들의 장기적 성장 동력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전문성이 결여된 행동주의 펀드들의 무리한 요구는 앞만 보고 나아가기도 바쁜 한국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