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측의 주주총회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 승소에 반발해 제기한 항고심에서 승소했다. 이에 따라 한진칼은 오는 29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KCGI 측이 제안한 감사·이사 선임 및 이사 보수한도 제한 등 안건을 상정하지 않을 전망이다.
21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이날 서울고법 민사25부는 한진칼이 KCGI의 그레이스홀딩스를 상대로 낸 가처분 이의 신청을 인용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KCGI가 세운 투자목적회사로, 한진칼 지분 12.0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주사다.
이번 송사는 KCGI 측이 한진칼에 주주제안을 한 것을 두고 '자격 논란'이 일면서 시작됐다.
KCGI 측이 한진칼·한진에 주주제안을 하자 한진 측은 "상법상 행사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KCGI 측은 상법 363조 2항에 따라 의결권이 있는 주식 100분의 3 이상을 가진 주주라면 주주제안권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진 측은 주주제안을 하려면 상법 542조가 규정한 '지분 6개월 보유' 규정을 충족해야 하는데, KCGI 측이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맞섰다.
한진칼은 지난 5일 그레이스홀딩스가 서울중앙지법에 낸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되자 같은 날 이같은 법원의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서울고법에 즉시 항고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에 요구한 안건 가운데 김칠규 회계사의 감사 선임과 조재호 서울대 경영대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설치 시 조 교수와 김 변호사의 감사위원 선임 건을 올해 주총 의안으로 상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중앙지법은 이사 보수한도 총액을 기존 5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줄이고 계열사 임원 겸임 시 보수한도를 5억원으로 제한하는 안건과 감사 보수한도를 3억원으로 제한하는 안건도 주총 안건에 포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1심 재판부는 KCGI 측 손을 들어줬지만, 이날 항고법원은 "1심 결정을 취소한다"며 한진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한진칼은 이달 29일 주총에 KCGI 측이 제안한 안건을 상정해야 할 의무도 사라졌다.
이와 관련해 한진칼 측은 "29일 주주총회 안건으로 조건부 상정한 KCGI 측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에서 삭제키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조양호 회장 측근인 석태수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할지와 배임·횡령으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이사는 해임하자는 국민연금의 제안을 두고는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석 대표에 대해서는 한진칼은 "그룹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춘 인물"이라고 찬성하고 있고, KCGI 등은 '조양호 회장 사람'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제안한 이사 자격 강화 안건은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횡령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으로, 이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이 재판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