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가 한국사 교과서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조롱 사진을 실은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교학사는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일전의 입장과는 달리 재단법인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이하 노무현 재단)에 22일 ‘기습사과’ 하려다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CBS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노무현 재단 관계자는 “(교학사 측이) 오전에 연락도 없이 재단에 갑작스레 방문했다”며 “무턱대고 와서 사과를 하겠다는 태도에 거절하고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노무현 재단 측은 교학사에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교학사측은 ‘작업자가 구글 이미지 단순 검색해서 넣으면서 실수했다’고 밝혔지만 뻔뻔하고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실제 구글에 ‘노비’, ‘추노 노비’ 등을 검색해도 고 노 전 대통령의 합성사진은 뜨지 않는다. ‘노무현 노비’라고 검색했을 때 비로소 고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천인공노할 일이다. 교과서 전량을 회수하겠다는 회사 방침도 미봉”이라며 “숱한 친일, 독재 미화 등의 역사왜곡 사례를 남긴 교학사의 교과서에서 벌어진 일” 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관계 당국이 나서야 한다.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서 밝혀야 한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정의당 역시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고인에 대한 아주 교활한 모독이라는 점에서 도저히 묵과하기 힘든 일”이라고 질타했다.
교학사는 교재가 출간된 지 7개월이 지나도록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논란이 되자 전날 “신입 직원의 실수”라며 사과했다.
그러나 출판계뿐 아니라 네티즌들 또한 해당 사진이 ‘일베’라는 단어를 넣어야 검색될 수 있는 사진이라는 점 등을 들어 단순한 실수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주백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는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교학사는 출판사 중에서 대기업 수준이다. 그런 출판사에서 참고서를 낼 때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한테 맡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이 ‘한국사를 공부하다 발견했다’며 교재 사진과 글을 함께 올리며 불거졌다. 교학사에서 지난해 8월20일 출간한 한국사 능력검정고급 참고서에는 조선 후기 신분제 동요화 향촌의 변화를 설명하며, 과거 방영된 드라마 한 장면에 고 노 전 대통령 얼굴을 합성시킨 사진이 실렸다. 사진 설명에는 '붙잡힌 도망 노비에게 낙인을 찍는 장면'이라고 되어 있다. 이 사진은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홈페이지에 올려와 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