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장애인 특수학교, ‘배려해주지’ 마세요”

[친절한 쿡기자] “장애인 특수학교, ‘배려해주지’ 마세요”

기사승인 2019-03-28 05:20:00

서울 강서구에 개교 예정인 특수학교 '서진학교'가 또다시 위기에 처했습니다. 앞서 지난 2015년 서울시 교육청이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짓겠다고 발표하자, '혐오시설'을 거부한다는 주민 여론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진학교 부지에 "한방병원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반대 여론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무릎꿇고 배려를 호소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주민들은 지난해 교육청이 ‘특수학교를 짓게 해주면, 강서구 내 다른 부지에 한방병원이 유치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한발 물러섰습니다. 

주민 반발에 공사 시작조차 어려웠던 서진학교. 합의 이후 여전히 괄시받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경향신문은 공사 진행 중이라 문도 못 연 학교를 대상으로 민원이 빗발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민원 내용은 ‘혐오 시설 출입구를 주민들이 자주 다니는 곳으로 내지 말라’, ‘평일 5시 이후와 휴일 공사 금지’ 등입니다. 민원 빈발에 이달로 예정이었던 개교는 오는 11월에나 가능할 전망입니다.

서진학교 설립이 난항을 겪을 당시 주민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 혐오 시설, 안전 문제 초래' 등을 반대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피해 근거는 명확지 않습니다. 지난 2017년 교육부는 '특수학교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전국 167개 특수학교 1km 이내 인접 지역과 2km 이내 비인접 지역의 표준지가·단독주택가격·공동주택가격 등에 대한 영향을 살펴본 결과 특수학교 설립은 집값 하락 요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특수학교 인접지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대검찰청이 발표한 범죄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비정신장애인 범죄율(1.4%)이 정신장애인 범죄율(0.1%)보다 15배가량 높습니다. 강력 범죄의 경우도 비정신장애인 범죄율(0.3%)이 정신장애인 범죄율(0.05%)의 6배입니다. 결국, 실체 없는 피해와 혐오뿐입니다.

지난해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특수교육 대상자는 9만780명입니다. 그러나 이 중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 수는 2만4994명에 그칩니다. 특수학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거주 지역 특수학교 정원 초과로 새벽에 일어나 다른 지역까지 1시간 이상 통학하는 장애학생들도 허다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특수학교 입학 기회를 얻지 못한 학생들은 비장애 학생 기준에 맞춰진 일반 학급에 다녀야만 합니다. 

서진학교에 쏟아지는 민원, 쿡기자는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비장애인의 양보나 배려가 아닙니다. ‘인정(認定)’입니다. 장애인이 교육받을 권리와 환경은, 비장애인의 양보로 보장되는 것이 아닙니다. 헌법이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보장하는 권리입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애인은 마땅히 국민으로서 이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사실.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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