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경영계와 노동·시민단체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7일 배상근 전무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특히 국민연금이 이번 결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그동안 조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들의 이익과 주주가치를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연임 반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같은날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문을 내고 "공적연금이 기업 경영에 대단히 중요한 사내이사 연임 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주주가치 제고와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 등 제반 사안에 대한 면밀하고 세심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연금이 조 회장 건을 심의한 과정을 보면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여론에 휩쓸려 결정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부결 결정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며 이번 일을 총수의 전횡을 견제하고 재벌 적폐를 청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이사로서의 책무를 방기하고 27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 중인데도 여전히 경영권을 유지하려던 재벌 기업 총수의 탐욕에 대한항공 주주들이 철퇴를 가했다"며 "기업이 전근대적 권력을 휘두르는 재벌 총수 일가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역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부결은 당연한 결과"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황제 경영과 범죄로 기업과 주주가치를 심각히 훼손한 총수 일가와 경영진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경영문화가 자리 잡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