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이 ‘대한항공 KAL 858기 폭파사건’의 범인 김현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정황이 담긴 외교 문서가 공개됐다.
외교부는 31일 30년이 경과된 외교문서 1620권을 공개했다. 해당 외교 문서에 따르면 지난 1987년 KAL 858기 폭파사건 이후 바레인에 특사로 파견됐던 박수길 외교부 차관보는 “늦어도 (같은 해 12월) 15일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는 12일까지 바레인에서 (김씨를) 인도받아야 한다”고 보고했다. 박 차관보가 15일을 강조한 이유는 같은 달 16일이 대선이라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차관보는 또 같은 달 12월10일 “마유미(김씨의 일본 이름)가 선거 이후에 인도되도록 미국이 바레인 측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미국 측에 너무 소상한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도 전했다. 이후 바레인은 이송을 승인했고, 김씨는 대선 하루 전인 15일에 입국했다.
대한항공 탑승객과 승무원 115명을 태운 KAL858기는 지난 1987년 11월29일 이라크에서 서울로 오는 도중 사라졌다. 전 전 대통령 당시 사고 조사에 나선 정부는 “아무런 잔해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사건을 ‘북한에 의한 공중 폭파 테러’로 규정했다. 김씨가 폭파범으로 지목돼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얼마 후 대통령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다.
희생자 가족회 측은 해당 사건이 “전 전 대통령 측의 정권 연장에 이용됐다”며 재조사를 요구해왔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