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을 맞아 ‘B급 코드’ 마케팅이 유통가를 휩쓸었다. 언어유희, 반전잼(반전의 재미) 등을 섞은 광고부터 이색 겉포장에 상품 이벤트까지, B급 감성을 자극하며 트렌드 선점에 나섰다. 이는 온라인상에서 소위 '병맛'이란 친숙한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2% 부족해 보이는 ‘B급 코드’가 2030을 중심으로 빠르게 영향을 미치면서 마케팅 측면에서도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B급 코드’는 직설적 재미로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단시간에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특징이 있다. SNS 전파력도 빨라 바이럴(입소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고나라는 이날 ‘전국 이색 매물 자랑’ 이벤트를 개최했다. 회원들은 현실 세계에는 없는 ‘허위 매물’들을 올리며 사람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포르투갈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그리고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사인이 올라왔다. 물론 실제는 회원들이 직접 사인 솜씨를 뽐낸 것들이다.
여기에 비밀리에 제작 중이라는 초대형 까치 로봇, 마블 캐릭터 헐크가 사용한 립밤, 동네 야구 200호 홈런볼, 박혁거세가 태어난 달걀, 고대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사용했다는 연습장 등 재미있는 이색 만우절 매물들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200여명 이상의 회원이 이벤트에 참여했다.
오리온과 빙그레, 삼양식품 등 식품업체들도 만우절 ‘B급 코드’에 뛰어들었다. 초코송이 젤리, 둥근 메로나, 핵불닭 소스 등 기존에 우스갯소리로 나왔던 상품들을 실제 출시했다. 기존의 히트제품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결합한 이색 상품을 깜짝 출시하는 식이다. 이른바 ‘반전’을 통해 소비자를 이목을 끌겠다는 복안이다.
빙그레는 이날부터 CU와 이마트24 등 편의점에서 '동그란 메로나'와 '네모난 비비빅'을 한정 판매한다. 해당 제품들은 기존 '네모난 메로나'와 '동그란 비비빅'의 아이스크림 모양을 서로 바꾼 것이 특징이다. 오리온은 스테디셀러 ‘초코송이'를 '송이 젤리’로 내놨다. 삼양식품은 히트 상품 '불닭' 시리즈의 일환으로 '핵불닭 소스'와 '까르보불닭 소스'를 선보였다.
좋은사람들의 속옷 브랜드 보디가드는 이날 공식 SNS에 ‘뽁뽁이 팬티’를 공개했다. 회사 측은 본 제품이 속옷 최초로 충격흡수 소재인 에어캡을 사용해 뒤태 라인을 입체적으로 연출해주는 신개념 투명 속옷이라며 에어캡의 쿠션감이 엠보싱 휴지처럼 부드럽고, 소재가 가벼워 안 입은 듯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격적인 디자인의 이 제품은 보디가드가 준비한 만우절 거짓말로, 출시 예정이 없는 가상의 제품이다. 보디가드는 뽁뽁이 팬티를 실제 출시하지 않는 대신 1일 하루 동안 해당 제품이 필요한 이유를 게시글의 댓글로 적어주는 분들 중 최고의 댓글을 선정해 3명에게 보디가드 드로즈를 선물로 증정한다고 전했다.
팔도는 만우절 이전부터 ‘야민정음’(한글 자모를 모양이 비슷한 다른 단어로 바꿔 표기한 인터넷 용어)를 이용해 'B급 코드‘를 자극하며 큰 인기몰이를 했다. 팔도는 비빔면 출시 35주년을 맞아 '괄도네넴띤' 한정판을 내놨다. 괄도네넴띤은 '팔도비빔면'을 야민정음(한글 자모를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바꿔 다르게 표기하는 인터넷 용어)으로 표현한 말이다.
팔도는 괄도네넴띤을 500만개 한정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출시 당시 관심이 높아 일주일 판매 물량이었던 1만 5000세트(낱개 7만 5000개)가 23시간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11번가를 통한 온라인 판매였음에도 판매 소식이 각종 SNS를 타고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B급 코드’ 마케팅으로 자연스럽게 제품 홍보가 이뤄진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성분과 가격 제품의 특징을 일일이 나열하는 식의 기존의 마케팅은 너무 약해졌다”라며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B급 마케팅’이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꼽힌다”라고 설명했다. 또 “소비자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퍼트리는 SNS 시대가 되면서 확산 속도나 파급력 면에서 'B급 코드‘를 따라올 만한 것은 없다”라고 평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