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늘고 있지만 국가적 차원의 치료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병원기반의 재활서비스가 부재한 것은 물론 중증환자가 퇴원 후 병원에 내소하지 않았을 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제한돼 결국 재입원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경쟁적인 환경과 취약한 사회적 지지망으로 2003년 이후 13년간 OECD 36개국 중 ‘자살률 1위’였다. 이에 따라 자살로 인한 유가족은 매년 약 9만명씩 증가했다.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30위로 낮은 수준이며, 교육환경 변화로 인한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악화, 고령화로 인한 노인정신건강 문제 등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백종우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중증정신질환 뿐만 아니라 국민 행복, 우울감, 아동청소년 및 노인 문제, 재난트라우마, 중독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늘고 있다”며 “국민 전체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본인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1970년대부터 탈수용화 정책이 시행돼 현재 지역사회에서 입원수준의 가정방문형 밀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일본도 퇴원 후 사례관리를 위해 가정방문케어를 진행하고 있다.
또 환자 평균 재원기간이 108일인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의 경우 프랑스는 5.9일, 이탈리아 11.8일, 독일 24.2일 등으로 짧다. 입원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옮겨갔기 때문인데, 중증환자가 퇴원 후 병원에 내소하지 않을 때도 유럽과 미국, 일본, 대만에서는 정신건강간호사가 집을 찾아가 전문의가 처방한 주사제를 투여하며 관리하고 지역사회 적응을 지원한다.
백종우 교수는 “그러나 한국에서는 본인이 원할 때 사례관리자가 찾아가 설득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서비스가 부재한 실정이다”라며 “선진국은 법원, 경찰, 학교 내에 있는 정신건강전문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우리는 병원기반의 재활서비스가 없고,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아웃리치(outreach)를 제공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결국 재입원으로 이어지고, 이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게다가 장애인복지법에서 정신장애는 예외조항으로 서비스가 배제된다. 정신장애인의 인권,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른 장애인과 차별 없는 복지서비스가 지원될 필요가 있다.”며 “누구나 정신건강에 있어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본인이 속한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국민 모두를 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